중국산 부품의 진화…국내 기업에 ‘경고등’

  • 중국산 부품의 진화…국내 기업에 ‘경고등’

아주경제 이재영·김형욱·박재홍·이혜림 기자= 중국산 부품·소재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국내 기업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한 때‘짝퉁천국’으로 여겨졌던 중국 중간재가 복제를 넘어서, 자국 거대 시장과 정부 지원을 중심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 LG디스플레이(LGD)가 보유한 아몰레드(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핵심기술 등 국내 선진기술의 중국 유출 문제도 심각해 지고 있어, 국내 기업의 기술경쟁력 제고와 함께 기술유출 방지책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28일 지식경제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세계 부품·소재 수출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1년 4.0%에서 2010년 11.0%로 성장해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국으로 부상했다.

디스플레이패널 분야의 경우 중국은 지난해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 세계 3위로 부상했다. 올 2분기에는 대형 LCD 생산량도 한국과 대만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올 1분기의 경우 전 세계 대형 LCD 출하량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BOE와 IVO의 출하량은 18% 이상 증가했다.

중국 패널 업체들의 이같은 성장은 내수시장에 기반한 거대 수요와 기술개발지원·보조금·세금감면 등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 덕분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상장 후 11년동안 103억원위안(약 1.8조원)의 적자를 기록 중인 BOE에 지속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최고 수준인 삼성·LG의 아몰레드 기술까지 중국기업에 유출돼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 업체가 있는 중국과 대만지사 영업 담당자들에게 아몰레드 핵심 기술이 그대로 유출됐다는 점은 치명적”이라며 “단순 기술 투자비뿐만 아니라 기술을 빼내간 경쟁 업체가 얻게 될 이익까지 합하면 피해액은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선업계의 경우에도 기술유출 시도 사례가 적발되는 등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에까지 기술력을 빼돌리느냐”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업계 전체의 불황이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실제로 이달 초 부산의 한 조선소 임직원이 해양지질탐사선, 시추지원선 등의 특수선박 건조 설계도면 등 영업비밀을 사내메일과 이동식 저장장치를 이용해 빼돌린 혐의로 적발됐다.

중국의 기술력이 커질수록 우리 조선사들의 인력 유출과 기술력 유출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종사자나 전문가들의 견해로는 조선 기술력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중국에게 10년 정도 앞서있다는 것이 대체적”이라면서도 “그러나 중국의 기술력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최근 분위기로 봐서는 5~6년이면 우리 기술력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분야도 마찬가지다. 현대모비스가 올 3~4월 중국 공안 당국과 두 차례에 걸쳐 정품으로 가장한 ‘짝퉁’ 부품 단속에 나선 결과 무려 28곳, 12만개 부품이 적발됐다.

액수로 환산하면 100억원 상당이다. 적발 규모를 토대로 추산한 모조 부품 규모는 올 한해 현대기아차 것만 1000억원 상당. 세계관세기구는 이 같은 모조 자동차 부품 유통 규모가 정품의 5~7%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짝퉁’으로 성장해 온 중국 부품들이 정품 시장에서도 자국 시장과 정부의 지원을 통해 힘을 얻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품질과 기술 측면에서의 한계로 인해 일반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부품 납품 비중은 극히 낮지만, 중국 기업의 저가차 부품·이륜차·골프장 카트· 장애인용 차량 등 제품의 수출은 크게 늘고 있다. 국내 수입 규모도 이미 지난 2010년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를 돌파(12억3163만 달러, 관세청)했으며, 이후로도 해마다 10% 이상 늘어나는 추세다.

한 국내 자동차 부품기업 관계자는 “한국이나 일본의 절반 가격인 중국산 부품이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만 갖춘다면 국내외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로 판로를 확대해 나가는 건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며 “이에 대비해 고품질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강화와 신사업 모색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태양광 소재 분야 역시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책에 힘입어 모듈시장을 넘어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폴리실리콘 시장에서도 세계 선두권으로 도약했다.

중국정부는 2015년까지 폴리실리콘 분야 선도기업들이 연산 5만t급 생산규모를 갖추도록 강력한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특히 중국 폴리실리콘 메이저인 GCL은 이미 지난해 말 연산 6만5000t의 생산능력을 확보해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중국의 태양광 소재 산업이 단순히 물량공세에 그치지 않고 품질 면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글로벌 경쟁사들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중국 중간재의 경쟁력 상승은 한국기업의 대중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실제로 지난해 9월 대중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된데 이어 최근 그 하락폭 또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복 위원은 이어 “차세대 중간재 기술에 대한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유출 사범 처벌 강화와 해외 진출 한국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보안 전문 인력 양성 등을 통해 기술 유출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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