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로존 정상들은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회의를 마치고 이같은 합의안을 발표했다.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시장을 확신시키고 회원국들의 국채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구제기금을 유연하게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유럽중앙은행(ECB)가 운영하는 단일 감독기구가 마련된 후 은행은 직접 지원받을 수 있다. 유로존 정상들은 “EU 집행위원회가 곧 단일 (은행)감독 메커니즘 방안을 정상회의에 제안할 것”이라며 “효율적인 단일 감독기구가 확립될 때 ESM가 역내 은행들에 직접 자본을 확충해주는 가능성을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유로존 정상들은 선순위 지위를 얻지 않고 EFSF가 ESM으로 이전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이로써 ESM을 통해 지원 받은 국가가 채무불이행(디폴트)를 맞을 경우 ESM과 해당 국채를 보유한 민간투자자들 간 상환 순위 논란은 줄어들 전망이다.
FT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스페인의 승리라고 전했다. 스페인은 은행의 자금난으로 EU에 10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의 부채가 증가해 결국 전면적인 구제금융까지 요청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됐다. 이에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7%대를 넘어섰고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대출비용이 너무 높아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앞으로 정부를 통하지 않고 바로 은행에 구제금융이 지원되면서 정부의 부채 부담은 크게 줄게 됐다. 스페인과 같은 은행 자금난을 겪고 있는 아일랜드도 효과를 볼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달러 대비 유로화는 도쿄 외환시장에서 무려 1.5%나 상승했다.
이번 합의안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정상들이 새벽 4시까지 유로존 정상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이뤄졌다고 FT는 전했다. 특히 이탈리아가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 스페인 키프로스에 이어 6번째 구제금융국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의 효력이 컸다.
이탈리아가 요구했던 구제기금을 통해 재정위기국 국채를 사들이는 제안도 받아들어졌다. 7%대로 치솟는 재정위기국의 국채금리를 낮추기 위해서다. 다만 EU가 이들 국가에 제시한 강력한 긴축조치를 받아들이고 관리 감독한다는 조건하에서다.
아울러 1200억유로의 경기부양책에 대해서도 사실상 합의됐다. 반롬푀이 의장은 “이미 합의한 사안은 성장과 일자리로 1200억유로의 성장재원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유럽개발은행(EIB)의 자본을 100억유로 확충해 대출 여력을 600억유로 늘리고 미사용 EU 구조기금의 재배정을 통해 600억유로를 실물 부문에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FT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크게 양보했다고 분석했다. 메르켈 총리는 EU정상회의 전날까지 유로채권을 비롯해 EFSF·ESM을 은행권 직접 지원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반면 독일에 대립각을 세웠던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합의에 매우 만족한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