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마카오·베트남·태국 대형마트에서 무슨일이…한류열풍 타고 국산식품 매출‘쑥쑥’

아주경제 김정우 기자= “한국 TV를 보다 슈퍼주니어 신동 오빠가 라면을 먹는 모습을 보고 한국 라면을 접하게 됐다. 학교 친구들과 함께 점심시간을 이용해 한국 음식을 시식하러 마트에 자주 오고 있다.”

마카오에서 지난달 25일 한국 식품 종합판촉행사가 열린 대형마트를 찾은 켈리 라우(여·15·중학생)가 한국 라면을 시식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 마트에서 한국 과자류를 잔뜩 구매해가던 리샤우첸(36·주부) 역시 “아이들이 한국 음악프로와 드라마를 즐겨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 과자를 자주 먹게 됐다”고 설명했다.

K-POP 열풍을 비롯한 한류 바람이 문화적 영역을 벗어나 우리나라 농수산식품 수출에도 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평일 오전인 탓에 마트 내부는 다소 한산했지만 한국 식품 판촉매장에서는 줄을 서서 한국 음식을 시식하고 구매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마카오 대형마트에서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국 식품 구매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한류스타 혹은 드라마가 좋아서’란 답변이 다수였다. 이 밖에 ‘매운맛을 즐기기 때문’, ‘가격 대비 품질이 좋다’는 대답도 들을 수 있었다.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 아이돌 그룹이 마카오를 빈번히 방문해 공연을 펼치는 등 마카오 역시 한류가 대세다”라고 말했다.

한류는 더 이상 바람이 아니라 현지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베트남 ‘한류’ 등에 업고 순항

베트남의 경우 외국기업에 대한 인허가 차별이 심하기 때문에 매장 부지 확보 및 시공이 어려운 상황인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한류 바람을 등에 업고 점차 그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지난달 27일 오후, 롯데마트 베트남 호찌민 본점은 저녁거리를 사기 위해 나온 현지인들로 북적였다. 국내 유통업체이니 만큼 한국 식품, 물품 등이 많이 배치돼 있어 매장 내부는 한국 시장을 방불케 했다.

홍평규 롯데 베트남쇼핑 법인장은 “까르푸·테스코 등 세계적 유통기업들이 베트남 시장 진출을 타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그러나 롯데마트는 베트남 최초로 본지점 개념 도입에 성공, 오는 2020년까지 총 60여개의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호찌민 시내에 2개의 매장을 오픈했으며 올해 하노이, 다낭 지역에 3개 매장을 추가 오픈할 예정이다.

오리온은 베트남 법인(오리온식품베트남유한공사)을 설립해 현지에서 직접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대표상품인 ‘초코파이’는 베트남에서 파이시장 점유율(50%) 1위를 고수 중이다.

이석준 오리온 베트남 경영전략부문장은 “베트남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워낙 좋다”며 “이를 발판삼아 철저한 현지 공장 위생관리를 통해 베트남 시장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오리온은 현지생산 6년째인 지난해 베트남 기업순위(VNR) 500위에 들어가는 기염을 토했다.

전문가들은 한류 가수들과 TV 드라마에 빠져 있는 베트남 청소년 및 가정주부들 덕분에 한국제품들의 현지시장 진출이 용이해졌다고 해석했다.

◆ ‘한류 핵심’ 태국서는 일본 식품에 다소 밀려

반면 한류 열풍의 핵심인 태국에선 아직 한국 식품이 크게 기세를 펴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지난달 29일, 태국 방콕 시내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시암 파라곤(Siam Paragon)에서는 일본 식품과 음식이 보다 강세를 보이는 모습이었다.

현지 업체에 국내 농수산식품을 남품하고 있는 김부원 프로타이 대표는 “일본 음식이 태국 외식 문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태국 현지 대형 프랜차이즈 일본 식당들이 각 쇼핑몰 및 대형 백화점에 입점해 있으며, 어디를 가든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말했다.

이는 태국이 지난 1970년대부터 일본의 해외 산업 제조 전진기지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현지 한국 식품유통 상황에 대해 “물론 과거와 비교하면 고속성장했지만 아직까지 대형 쇼핑몰 입점은 미미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지 aT(농수산물유통공사) 직원 역시 “많은 이들이 한국 문화를 접하면서도 일본 음식점이나 일본 식품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 음식산업 인프라 확충 및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태국의 강한 한류 바람에 편승해 한국의 식문화가 태국에 정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는 내년부터 한국 식품 홍보에 한류를 적극 활용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013년 수출 신규사업 추진 계획에 한류를 활용한 농수산식품 수출 진흥책을 포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궁걷기대회_기사뷰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