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재벌총수는 왜 폐암에 잘 걸릴까’. 제목만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다.
'정말 왜 그럴까' 하고 생각했던 질문들에 대한 답이 들어있다.
저자의 인문학적 지식이 풍부하다. 심리학과 한의학을 전공한 저자는 서양학문인 심리학과 동양의학인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동양과 서양의 철학, 사상, 의학 등 방대한 지식을 갖췄다. 심리학, 한의학을 전공한 후에는 기자 생활을 한 이력이 더해진 명쾌한 필력으로 페이지를 술술 넘기게 한다.
'힐링'이 대세인 요즘, 저자는 노안(老眼)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이 책을 시작한다. 가까이 있는 사물을 잘 보지 못하는 현상. 노안은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 호학군주인 세종과 정조에게까지 모두 차별없이 찾아왔다.
'생로병사'는 피할수 없다. 나이 듦과 노안은 글로벌 경제의 불황기 한복판에 있는 40대 중년에게는 더욱 가혹하게 다가온다.
더 이상 세상사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不惑)의 뜻은 통하지 않는다. '아프니까 청춘'이라지만‘아플 수도 없는 중년’이다.
저자는 몸이 축나기 시작하고 짓눌린 생기에 허덕이는 중년들에게 단순히 신체의 시간을 돌리기 위한 건강 정보를 주기보다는 신체가 시간을 멋지게 보내는 것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건강, 미용, 음식 등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여러 궁금증을 역사와 현대 대중문화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한의학 세계로 안내한다.
한의학에서 관자놀이는 태양혈, 손가락 사이는 합곡혈이라 한다. 영화 ‘다빈치 코드’에선 기호학자 랭던 박사가 폐쇄공포증으로 괴로워하자 소피가 박사의 관자놀이와 첫째 손가락과 둘째 손가락뼈 사이 움푹 팬 곳을 누른다. 저자는 영화의 이 장면에서 “통증과 어지러운 마음을 가라앉히고 경락의 흐름을 잘 소통시키는 효능”을 짚어낸다.
당나라 양귀비는 물론 이집트 클레오파트라도 애용한 것으로 전해지는 용연향(龍涎香)은 사향과 함께 예부터 귀한 향수로 사랑받아왔다.용연향이 고래의 분비물이라는 점을 아는 이는 드물다. 특히 이 분비물이 고래가 소화불량으로 트림한 결정체로 타액 뿐만 아니라 위액 등 각종 소화액이 섞여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첨밀밀’의 등려군이 세상 떠난 사연, ‘왕의 남자’ 이준기와 ‘패왕별희’ 장국영-한의학과 정신의학으로 풀어보는 동성애,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신이 내린 정력제, 자기 자식 탯줄 먹겠다는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쓰러진 황소도 살려내는 갯벌의 산삼, 낙지’, 우주선에서 소변도 재활용했다는 과학자 이소연씨 이야기를 의학과 심리학의 잣대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저자는 재벌총수와 관련한 표제에 대해 “재물을 가장 많이 모으는 최고의 상인이라 할 재벌 회장이라면 나가는 것보다는 들어오는 것이 더 많은 비통상(非通常)의 상황 ”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사회에 환원할 줄 아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발휘한다면 깨진 시장의 균형도 바로잡고 내 몸의 밸런스도 바로잡아 건강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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