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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남대문시장, 서울역 롯데마트, 망원시장, 명동(왼쪽부터) 거리와 매장은 손님들의 발길이 듬해 한산하다 못해 설렁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바캉스 의류 등 소비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유럽재정위기로 장기화된 대외불안을 방증하듯 재래시장과 백화점은 한산하다 못해 싸늘했다.
◇푹푹 찌는 날씨에 불황까지 ‘엎친 데 덮친 격’
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 30도에 육박하는 푹푹 찌는 날씨였다. 상인들이 연신 “골라요 골라 한 장에 3000원”을 외치며 손님잡기에 한창이었다. 짬짬히 물을 마시면서 해갈하시는 했지만, 냉방기도 없는 재래시장에 손님이 올리는 만무했다. 이따금 구경하는 손님은 있어도 선뜻 지갑을 열지는 않았다.
20여년 째 여성복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박 모씨(여·50)는 “불황, 불황하는데다 날씨도 덥고 습해서 재래시장에 잘 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호황시절 이곳을 찾던 사람들의 숫자는 어림잡아 하루 35만명. 그러나 지금은 그 절반도 못미친다. 손님들의 발걸음이 뜸하다보니 자연히 매출이 줄었다. 박씨는 “매출이 1년 전 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주변 백화점과 경쟁도 사정을 더 어렵게 했다. 남대문 시장 주변에 위치한 백화점만 세 곳. 박 씨는 “소재, 디자인 등 똑같은 물건도 상표 하나 달아서 백화점에 내놓으면 고품질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우리 같은 상인들은 경쟁이 안 된다”고 말했다.
비교적 유동인구가 많다는 사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상점들도 불황의 그늘을 피하지는 못했다. 이 곳에서 18년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최 모씨(남·49)는 “소비가 이뤄진다고 해도 저렴한 1만원 이하 제품만 팔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씨 역시 지난해보다 매출이 40%나 줄어 겨우 자릿세만 내고 있다고 전했다.
◇백화점 세일, 세일기간 늘어도 매장은 ’썰렁‘
백화점이라고 사정이 더 좋지는 않았다. 건물 외벽에 ‘여름 챌린지 세일’이라는 현수막을 크게 내걸었지만 백화점도 체감경기는 영하였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 도로는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정작 남성복, 여성복, 캐주얼 매장 가릴 것 없이 한산하다. 그나마 있는 손님들은 중국, 일본인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다.
지난해만해도 여름세일은 총 17일만 진행했다. 올해는 세일기간을 약 18일이나 연장했지만 경기 불황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4층 여성복 매장 직원 이 모씨(여·36)는 “매출이 지난해 대비 10% 정도 떨어졌다. 세일기간인데도 매출이 크게 늘지 않았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오긴 하지만 내국인 손님들의 소비감소분을 상쇄할 만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인근 신세계 백화점의 사정도 마찬가지. 곳곳에 붙은 ‘여름 정기 세일’이 무색할 정도로 백화점은 한산했다. 2층 여성정장 코너에서는 패션제안전, 고객초대전이 열리는 등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돼 있었지만, 행사를 즐기는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실제 백화점 경기는 영하를 걷고 있는 실물경기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올 1분기 주요 백화점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동기 대비 2% 에 그쳤다. 여기에 유럽재정위기로 대외불안이 장기화되면서 불황의 그늘은 짙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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