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는 아파트를 잃고도 빚은 남아있고, 채권자는 빌려준 돈을 다 회수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9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수도권 아파트를 담보로 잡은 채권자들이 경매를 통해 회수하지 못한 채권 금액(미회수 금액)은 623억7000만원으로 1년반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서울·수도권에서 아파트 경매는 2115건이 진행됐으며 이중 33.8%(714건)가 낙찰됐다. 이는 전년 동월 낙찰률(경매물건 수 대비 낙찰건수 비율)인 39.4%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미회수 금액은 같은 기간 293억2000만원에서 623억7000만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올 상반기 미회수금액은 총 2126억2000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736억8000만원보다 389억4000만원 많다.
이처럼 미회수 금액이 증가하는 이유는 최근 아파트값이 떨어지면서 경매시장 낙찰가도 꾸준히 내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거래 당시 담보가 된 아파트의 가치를 높게 쳐줬지만 시세가 이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아파트값 상승세를 주도했던 강남권과 버블세븐 지역 시세가 추락하면서 경매로 나오는 매물이 헐값에 팔리면서 미회수금액은 증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위기 전 높은 감정가를 받았던 아파트를 경매에서 팔아봐야 빚도 제대로 갚지 못하는 깡통 아파트로 전락하면서, 채무자-채권자가 모두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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