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은 그 때까지 자신을 따라다니던 부모에게 “이제 그만 한국으로 돌아가세요”라고 말했다. 부모에게는 날벼락같은 소리였다. 미국LPGA투어에서 첫 승도 하지 못한 딸의 입에서 그런 ‘철없는 말’이 나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당시 대부분 한국선수들 부모는 미국으로 가 딸을 따라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최나연 부모는 “혹 얘가 부모의 손길에서 벗어나 제멋대로 행동하려는 것이 아닌가”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순간 딸의 말을 듣고는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딸은 “다른 선수들은 부모가 따라다니지만 저는 저 혼자 할게요. 비행기 티켓 구매, 이동, 대회 스케줄 짜기, 연습 프로그램 등 모든 것을 제가 하고싶어요. 그래야 일찍 ‘홀로서기’를 할 수 있지 않겠어요. 저를 믿고 돌아가 계세요” 라고 말했다. 귀국 비행기안에서도‘어린이를 물가에 두고온 것’처럼 떨리고 믿어지지 않아 부모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최나연은 ‘독립’을 한 지 4주만에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미LPGA투어 첫 승을 올리며 부모를 안심시켰다.
최나연은 그 때부터 모든 것을 혼자 하는 습관을 들였다. 이번 대회 우승의 일등공신인 새 캐디(셰인 조엘)를 영입한 것도 그의 선택이었다. 최나연은 지난주 아칸소챔피언십 때 처음 조엘과 호흡을 맞췄고, 두 번째 대회에서 덥석 우승컵을 안았다. 최나연은 “그린에서 캐디가 목표지점을 알려주면 나는 스피드만 조절해 치기만 하면 됐다”고 말했다.
최나연은 2∼3년전만 해도 ‘2인자’ ‘단골 2위’라는 평가를 들었다. 당시 신지애(24· 미래에셋)가 날던 시기였다. 또 그 자신이 결정적 순간 우승문턱에서 주저앉곤 했다.
그러나 우승은 못했지만 2위를 많이 한 것은 그만큼 잠재력이 있다는 방증이었다. 또 대회마다 우승경쟁을 할만큼 기복이 없다는 뜻과도 같았다. 그는 2010년 미LPGA투어 ‘베어 트로피’를 수상했다. 이 상은 시즌 최소평균타수를 기록한 선수에게 준다. 그만큼 스코어의 기복이 없다는 말이다. 동료들도 그를 “투어에서 가장 일관된(consistent) 기량을 지닌 선수’로 평가한다.
최나연은 US여자오픈 우승으로 세계랭킹 2위에 복귀한다. 지난달 4일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에게 2위 자리를 내준 지 한 달여만이다. 이제 그보다 골프를 잘 하는 여자선수는 청야니(대만)밖에 없다. 신지애도 멀찍이 따돌렸다.
‘선머슴아’처럼 생긴 최나연도 싫어하는 것이 있다. 물과 치마다. 그는 어렸을 적 물에 빠져 죽을뻔 한 기억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물만 보면 기겁을 한다. 그래서 혹자는 “최나연이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챔피언 연못’에 뛰어들어야 하는데…”라며 지레 걱정한다. 또 그가 치마입은 모습을 본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는 “장딴지 근육이 곱지 않아서 바지를 즐겨 입는다”고 해명한다.
최나연은 10일 귀국,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음주 일본LPGA투어, 그 다음주 프랑스에서 열리는 에비앙마스터스에 출전할 예정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