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종곤 기자= 최근 모 증권사 증권 담당 연구원과 담소를 나누다가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의도적으로 상대 증권사에 불리한 분석을 내놓는다는 의혹의 기사가 주제꺼리였다.
그 연구원은 “이번 기사는 사실이 아닙니다. 최근 대부분 증권사들이 실적 부진으로 증권사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는 상황이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하지만 지난해 자문형랩 수수료 인하 여부를 두고 맞선 두 증권사가 여기에 해당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귀띔했다.
지난해 초 자문형랩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 증권사는 누가 들어도 알만한 대형 증권사,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다. 해당 증권사 사장까지 전면에 나서 수수료 인하론을 두고 맞섰다. 삼성증권은 자문형 랩수수료 수준이 적당하다고 주장했고 미래에셋증권은 수수료 인하를 선택했다.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해 본 결과 지난해 5월께 삼성증권이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투자의견을 ‘홀드’로 유지한 것은 맞다. 하지만 충분히 납득할만한 논리였다. 당시 보고서에서는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펀드수수료를 감소를 만회하지 못하는 랩 수수료가 우려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랩 수수료를 더 낮춘다면 미래에셋증권에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일종의 '조언'이었다.
다른 연구원 역시 “나라도 삼성증권처럼 보고서를 냈을 것”이라며 “하지만 당시 시장에서 랩 수수료를 두고 두 회사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그 부분을 언급하는 점은 이례적인 일인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최근 증권업계는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다. 순위 싸움과 외형 불리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믿고 투자를 맡길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리서치센터가 의도는 아니었을 지라도 당사 ‘우군’ 역할을 한 것은 뒷맛이 개운치 않다.
그리고 미래에셋증권에는 증권업종 애널리스트가 없다. 만일 있었다면 그는 어떤 보고서를 낼 지 궁금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