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재벌과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금융권의 핵심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출 확대에 의존해 왔던 기존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서민층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는 차기 정부에서 분리매각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산은금융지주 민영화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금융감독기구도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재벌·은행 제왕적 지배구조에 철퇴
11일 아주경제가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 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절반에 해당하는 12명이 임기 중 추진해야 할 핵심 사안으로 경제민주화 실현을 꼽았다.
이를 위해 대기업과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경제적 약자들에게 시장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고루 분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배구조 개선이나 공정거래 관련 법과 제도를 손보는 것이 핵심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상직 민주당 의원은 “경제민주화는 재벌과 대형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1%도 안 되는 재벌 총수들이 의사결정권을 독점하는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연기금의 경영 참여 확대를 추진하고 현재 회장과 은행장으로 이원화돼 있는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문제 해결도 중요한 과제로 거론됐다.
새누리당 소속으로 정무위원장을 맡게 된 김정훈 의원은 “가계부채 문제 해결이 1순위”라고 강조했으며, 같은 당의 박대동 의원도 “유로존 재정위기가 국내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우리금융은 차기 정부에서 분리매각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해 정무위 의원 중 67%(18명)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임기 말에 무리해서 추진하지 말고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민영화 방식도 일괄매각보다 계열사 분리매각이나 지분 블록세일, 국민주 방식의 지분매각 등을 선호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 합병안이 현실화할 경우 결사 저지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정권 말기에 민영화를 강행할 경우 특혜 시비 등 잡음이 생길 수 있다”며 “KB금융과 우리금융을 합쳐 메가뱅크를 만든다면 독과점 논란 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은 “당 내부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살펴보면 일괄매각보다 분리매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며 “우리금융의 경우 지방은행 계열사 등이 탄탄하기 때문에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 저축은행 사태 책임 규명, 감독기구 재편 논의
저축은행 부실 사태와 관련해서는 정무위 의원 중 63%(15명)가 금감원 등 감독당국의 책임을 추가로 추궁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
김기준 민주당 의원은 “저축은행 부실을 야기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진행 중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계속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저축은행 부실채권이 자산관리공사로 넘어가 있지만 1~2년 후에 환매가 시작되면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감독 책임을 소홀히 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도 실패한 금융당국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권 책임론에 대해서는 여야가 첨예하게 맞섰다.
야당 의원들은 “금융당국 감독 부실과 대주주 비리를 연결시키는 고리가 정치권 로비인 만큼 엄정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반해 여당 의원들은 “과거 정권과 현 정부 모두 책임이 있으며 누구 탓을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맞섰다.
금융위와 금감원 체제로 이원화된 금융감독기구 재편 논의도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감독기구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의원은 71%(17명)에 달했다.
김기석 민주당 의원은 “정책과 감독이 이상하게 결합된 형태이기 때문에 두 부문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며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를 비롯한 회계운영 감독이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