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금리 인하는 국내 경제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조치에 따른 금리 인하 움직임과 물가불안 완화, 가계이자부담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금리 인하로 인해 가계부채 증가와 경제주체들의 심리 악화 등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 기준금리 ‘깜짝’ 인하 왜?
금통위가 12일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지난 2009년 2월 0.50%포인트 인하해 2.00%로 결정한 이후 3년 5개월만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위기로 인한 불확실성과 미국 및 중국 등 주요국들의 경기 부진으로 인해, 향후 국내 경기 또한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각국이 경기 침체 장기화를 우려해 금리를 인하하는 추세에 한은도 발을 맞춘 셈이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사상 최저 수준인 0.75%로 결정했으며, 중국 인민은행 역시 1년 만기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를 각각 낮췄다. 브라질 중앙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8.0%까지 낮췄다.
국내 경제를 살펴보면 올 상반기 수출 증가율을 보면 전년 동기보다 겨우 0.7% 성장하면서 흑자 규모가 대폭 감소했고, 6월 신규취업자 수는 30만명 대로 주저앉으면서 9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집계되는 등 고용 사정도 나빠졌다.
김 총재는 향후 국내 경제에 대해 “유로지역 리스크 증대, 주요 교역상대국 경제의 부진 등으로 국내총생산(GDP) 갭이 상당기간 마이너스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GDP갭은 잠재 GDP와 실질 GDP 간 차이를 의미하며, 이 갭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실질 GDP가 잠재 GDP보다 낮아 사실상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가리킨다.
이밖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2.2%로 4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여력이 생겼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6일 연 3.23%로 이전 기준금리 수준인 3.25%를 하향 돌파한 이후, 11일까지 해당 수준을 밑도는 등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까지 발생했다.
이번 금리 인하에 따라 경기 부양과 함께 가계부채 완화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900조원을 넘긴 가계부채 가운데 100조원이 올해 만기다.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의 저신용자들의 채무가 늘어 부채 질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이들의 이자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낳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임희정 경제동향실장은 “한은으로서는 경기회복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한편 가계부채 이자상환 부담을 완화하는 등 인하로 인한 플러스 효과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경기가 더욱 나빠지더라도 이미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했으므로 금통위가 최선의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연내 '추가인하' 가능성 높아져
일각에서는 이번 금리 인하가 오히려 시장 불안을 확대시키고, 가계부채 증가를 견인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기준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7%로 소비자물가 상승률(2.2%)과는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심리가 나빠지면 이 같은 인플레 기대심리가 낮아질 가능성은 줄어들게 된다. 단기간에 금융시장 참가자들에게 국내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가계부채에 있어서 기준금리는 양날의 칼이다. 기존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줄어드는 대신, 신규 대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하가 이러한 부정적 효과를 불러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이나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등을 감안하면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대출 수요가 금리를 인하한다고 그리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은은 오히려 경기 부양으로 생계형 대출 수요를 줄이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금리 인하에 따라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증권과 유진투자증권 등 대다수 증권사들은 4분기 중으로 금리 추가 인하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으며 공동락 토러스 투자증권은 연내 2.75%까지 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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