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열린 세계신협협의회 총회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 |
그단스크(폴란드)·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현재 유럽연합과 국제화에 가장 적합한 경제구조로 자본주의는 그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노동자 등 더 많은 주체들이 참석할 수 있는, 협동조합과 같은 대안시스템이 필요합니다.”
20년전 폴란드에서 자유노조운동을 처음 이끌었던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세계신용협동조합협의회(WOCCU) 총회 개막행사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세계신협협의회는 지난 1971년 조직된 단체로 전 세계 100개국에서 5만2945개의 신협이 가입돼 있는(2010년 말 기준) 대규모 국제조직이다. 조합원만 1억9000만명, 총자산은 1조5359억달러(한화 기준 약 1720조원)에 달한다.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개막해 18일까지 나흘간에 걸쳐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42개국에서 1300여명이 참석했다. 협의회는 매년 1회 이러한 총회 및 포럼 행사를 갖는다.
이 기간 동안 협동조합 은행에 대한 이해, 바젤 III의 영향, 신협을 위한 리스크 관리 등 약 20개의 소주제별 포럼이 열린다. 이번 총회에서는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신협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된다.
신협은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비영리 금융협동조합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탄탄한 건전성을 유지, 건실한 금융기관으로 떠올랐다.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위험한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 상업은행과 달리, 조합원들에게 합리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보수적 운용을 해온 덕분이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과 금융소외계층들에 대한 대출을 늘리는 등 신협은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반(反) 월가 시위 당시, 대형 은행의 계좌를 폐쇄하고 잔고를 신협으로 옮기자는 계좌전환운동이 벌어진 것이 단적인 사례다.
바웬사 전 대통령은 "개개인에 대한 자유 보호, 전쟁에 대한 억제력, 가족에 대한 회복 등의 가치를 근간으로 세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전 세계가 대형은행의 문제점을 경험했으며, 이는 신협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라고 말했다.
브라이언 브랜치 세계신협협의회 사무총장은 개막 이튿날인 16일 연설을 통해 “현재 신협은 중요한 기회를 앞두고 있다”면서 “마케팅 혁신, 모바일 서비스 강화 등 변화된 환경에 맞춰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월가 점령 시위의 일환으로 벌어진 계좌전환운동 이후 지난해에만 130만명의 조합원이 증가한 점을 언급했다.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디퍼런트(Different)'의 저자 문영미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대부분의 시민들에게는 신협이 다른 금융기관이 얼마나 다른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면서 “대형은행을 따라가서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없으며 신협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열린 세계신협협의회 총회에서 16일(현지시간)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문영미 하버드 경영대학원 종신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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