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은 세계 최대 옥수수 생산국인 미국이 56년 만의 최악 가뭄으로 곡창지대인 중서부 지방의 옥수수 수확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미 농림부(USDA)는 미국의 최대 곡장지대인 중서부의 가뭄 지역은 일리노이·인디애나·아이오와 등을 포함해 63%에 달하며 이는 1956년 이후 가장 넓은 가뭄 면적이다.
러시아도 가뭄으로 밀 수확량이 급감했다. 러시아 농림부는 건조한 기후 탓에 올해 밀 생산이 전년보다 9.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대로 옥수수 가격은 전달보다 40%나 상승했다. 콩과 밀 가격도 전달보다 각각 20%, 40% 급등했다.
문제는 이러한 곡물이 일반 식품뿐만 아니라 축산업 사료와 바이오 연료로 쓰인다는 점이다. 축산업은 가뭄으로 목초지가 말라버린 데다 사료값마저 급등해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결국 손해를 보면서 조기 출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연간 쇠고기 생산량은 지난해 262억 파운드에서 올해 252억 파운드로 감소했다. 내년에는 242억 파운드로 줄어들 전망이라고 USDA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일반 식품 가격뿐만 아니라 육류를 주로 이용하는 패스트푸드업체 맥도널드, 시리얼과 음료 제조업체인 제너럴밀즈, 농산물 중개업체인 ADM, 코카콜라 등 다양한 식료품 업체들도 비용 압박에 가격 상승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식료품 비중이 높은 신흥국에서 곡물 가격의 쇼크로 투자자와 정치 지도자들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카렌 워드 HSBC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제의 성장 엔진인 신흥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에 제동에 걸린다면 전반적인 글로벌 경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적인 가뭄으로 물가 상승의 압력을 받은 우리나라도 곡물가 급등 파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국제 곡물 가격의 상승이 장기화되면 하반기 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대신증권의 문정희 선임연구원은 “옥수수 콩 등 곡물 가격이 계절적인 영향에 투기적 수요까지 겹쳐 프리미엄 비용이 형성되고 있다”며 “국내는 그나마 식품 비중이 신흥국보다 적은 편이지만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물가상승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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