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선행학습금지법’, 위헌이고 비교육적이며 실효성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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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7-1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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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대책에 대해 좌파와 우파의 극단적 행태가 교차되고 있다. 참여정부는 입시에서 내신 비중을 대폭 확대해 내신 사교육 확대에 불을 붙였다.

이명박 정부는 입학사정관제 대폭 확대로 대입 컨설팅 사교육을 폭발시켰다. 고교서열화로 고입 사교육을 유지시키고, 고입 컨설팅까지 증가시켰다. 오늘날 확대된 사교육은 두 정부의 정책실패의 산물이다.

최근 사교육비 확대가 주춤거리고 있다. 이는 특목고 입학전형에서 지나친 내신교과 반영을 막고(자사고는 여전), 대입에서 입학사정관제의 지나친 확대를 막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비교육적이기는 하지만 EBS의 수능반영 비율 증가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미 증가된 사교육비조차 학부모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최근 사교육 대책으로 쟁점화된 선행교육은 수능 중심 대입시기에도 존재했지만, 더욱 맹위를 떨치는 현상은 입학전형에서 내신비중을 확대하면서 심화됐다.

내신 비중이 커지면 커질수록 선행 사교육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기에 그 강도는 더 세질 것이다. 그렇다고 선행학습, 선행교육을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 ‘선행학습’이 아닌 ‘선행교육’을 규제하는 것도 위헌 가능성이 크다.

헌법 제3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헌법상 자유권은 포괄적 자유이기 때문에 헌법에 명시돼 있지 않더라도 ‘교육의 자유’는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이다.

학습권은 교육기본법 제3조에 규정돼 있다. ‘모든 국민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 받을 권리를 가진다.’

국민 개개인이 원하는 것을 학습하고 교육 받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이다. ‘교육의 자유’가 보장돼야 ‘학습의 자유’도 보장될 수 있다. 벼룩을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울 수야 없지 않은가?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법률안’은 학습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구태의연하다. 이 법률안에서 교육과 학습을 바라보는 관점은 철저하게 ‘국가’와 ‘학교’라는 절대교육기관을 전제하고 있다. 이미 사회는 학습사회로 변화됐고, (학교)교육보다 학습이 중요하며, 사람마다 학습능력과 속도가 다른데 국가가 정한 학교교육과정보다 이르게 교육받고 학습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난센스다.

그것도 1개월 이상 앞서는 교육을 규제한다는 기준은 전혀 교육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심지어 학교의 자율적인 교육과정 운영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 우파와 좌파의 어떤 학교개혁 방안과도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기에 교육개혁 흐름에서는 ‘개혁’이 아니라 ‘반동’적 발상이다.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법률’은 사교육 방지의 실효성이 전혀 없다. 이 법이 제정된다면, 비밀리에 고액 과외가 더 기승을 부릴 것이 뻔하다. 사교육기관들은 국가교육과정과 다른 교육 프로그램으로 법을 피할 것이다.

설사 법을 지키면서 1개월 선행교육을 해도 선행학습의 부작용은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 온라인 사교육기관들은 만세를 부를 것이다. 온라인 선행교육은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가? 사교육 문제의 원인을 해소하는 방안이 아니라 선행교육 증상에만 몰두한 대증요법이기 때문이다.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 사교육의 격차를 키워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오히려 정책의 역효과가 더 커지는 것이다. 내신 비중 확대와 입학사정관제가 사교육의 격차를 키워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키듯이 이 법안 또한 동일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교육시민단체에서 주장할 내용도 아니고, 여기에 현혹돼 언론이 춤출 일도 아니다.

민주사회에서는 시민단체와 여론의 영향력이 커진다. 따라서 잘못된 정책에 대한 정부의 책무성도 중요하지만, 교육시민단체의 책무성도 중요해진다. 일부 정치인들처럼 시민단체마저 잘못된 정치적 행태로 주목받으려는 모습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잘못된 정책의 결과는 온전히 국민의 몫이다. 이제 시민단체도 정책 전문성을 더 갖추고, 책무성도 더 인식해야 한다.

안선회 중부대학교 교육행정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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