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전매제한 완화…오히려 '독(毒)'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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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7-2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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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서북부지역‘전매 제한 해제’ 공포 엄습<br/>분양권 마이너스 프리미엄 20~30% 형성…분양가 대비 1억 가까이 빠져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거래량을 늘리려고 전매 제한을 풀어준다고요? 매물이 쏟아져 나와 집값만 더 떨어뜨리고 있어요. 제가 보기엔 이 처방전은 '약'이 아닌 '독'이네요.”(파주 운정신도시 내 S공인 관계자)

주택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긴급처방으로 내놓은 전매 제한 완화 조치가 수도권 서북부권에는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전매 제한 완화와 입주 시점이 맞물려 경기 서북권 아파트 분양권 시세가 1억원 가까운 '마이너스 프리미엄'(분양가 이하의 시세)을 형성하고 있어서다. 광교·판교신도시 등 프리미엄(웃돈)이 꽤 붙은 경기 남동권 지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 수도권 공공택지 내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의 전매 제한 기간을 3년에서 1년(계약일 기준)으로 완화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 공공택지 내 85㎡ 이하 주택도 7~10년에서 2~8년으로 대폭 줄였다.

이 개정안은 오는 27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분양한 지 1년 정도 지난 아파트의 경우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기 전이라도 분양권을 팔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주택이 과잉 공급된 데다 개발 호재마저 사라진 지역 주민들은 이번 조치에 쓴웃음만 짓고 있다.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가장 심각한 곳은 인천 영종하늘도시와 청라지구다. 영종하늘도시는 분양가 대비 약 20~30% 떨어진 분양권 매물이 쌓이고 있다.

영종하늘도시 우미린 전용 84㎡의 경우 분양가가 약 3억원이었으나 요즘 급매로 나오는 분양권은 시세가 2억4000만원을 밑돌고 있다. 분양가격이 4억원 정도였던 영종하늘도시 한라비발디 전용 101㎡ 역시 시세가 3억원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들 지역은 당초 계획과 달리 기반시설 및 각종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데다 올 하반기 입주 물량만 1만203가구로 공급 과잉 상태다.

게다가 정부가 약속한 개발 계획도 상당 부분 취소 또는 연기된 상황이다.

김포 한강신도시도 마찬가지다. 이미 지난 6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한강 호반베르디움 전용 60㎡는 분양가가 2억3600만원이었지만, 2억원 초반에 나온 급매물이 수두룩하다.

파주 운정신도시에서는 분양가보다 7000만~9000만원 떨어진 분양권 매물이 넘쳐나고 있다. 파주 야당동 S공인 관계자는 “이달 말 입주하는 캐슬&칸타빌 아파트는 40평형대가 분양가보다 9000만원, 33평형대가 6000만원 정도 빠진 상태”라며 “어떻게든 1억원까지 내리지 않으려는 심리 때문에 그나마 시세가 거기서 멈춘 것”이라고 전했다.

웃돈이 비교적 많이 붙어 있는 수도권 남부지역도 분위기가 급반전하고 있다. 전매 제한이 풀린다는 소식에 매물이 쏟아지면서 분양권 시세 상승세도 둔화되는 모습이다. 전매 제한이 이달 말 풀리는 광교신도시의 경우 그동안 분양가 대비 1억원 가까이 웃돈이 형성돼 있었으나 최근 1~2개월 새 2000만~3000만원씩 빠지고 있다.

인근 H공인 사장은 “광교 힐스테이트의 경우 분양가가 저렴해 1억원까지 웃돈이 붙었다가 최근 전매 제한 완화 소식 이후 분양권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7000만원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전매 제한 완화로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집주인들이 보유 주택을 처분할 경우 다소 숨통을 틀 수 있게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공급 물량이 많은 곳은 전매 제한 완화로 분양권 하락과 함께 거래마저 끊기면서 집주인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정부는 거래 활성화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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