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무디스가 유로존 최고신용등급(AAA)인 독일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3곳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무디스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스페인 등 일부 유로존 국가들의 금융 지원이 절실해졌다고 현 유로존 상황을 진단했다. 유로존에서 자금줄인 핵심국가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이같이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유로존 내 AAA 국가로는 핀란드가 유일하게 안정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FT는 이번 무디스 조치로 유로존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독일은 유럽 구제금융 기구에 가장 많은 자금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독일의 신용마저 하락한다면 유로존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이란 분석이다. 독일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재정위기국에 강력한 규제를 요청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날 독일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무디스가 발표한 보고서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얘기”라며 “독일의 경제와 재무는 여전히 양호한 상태”라고 전했다. 또한 독일이 유로존 경제의 안정을 위해 버팀목 역할을 계속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금융시장에서 유로존의 암운을 걷어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일부 국가의 신뢰도가 추락한 가운데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에 이어 AAA 신용등급 국가들이 줄줄이 부정적인 전망으로 강등됐기 때문이다. 앞서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도 지난해 12월 유로존 국가 15곳에 부정적인 전망을 부여했다.
특히 무디스는 독일이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대한 노출이 심하기 때문에 유로존 위기에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재정 악화가 심화되고 있어 외부적 지원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날 스페인의 재정불안도 확산되면서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이 사상최고치인 7.56%까지 치솟았다. 스페인의 2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지난 1996년 11월 이후 최고치인 6.74%까지 뛰었다가 6.53%에 마감했다. 이탈리아 10년만기 국채 수익률도 지난 1월 19일 이후 최고치인 6.3%대로 올랐다.
발렌시아를 시작으로 일부 스페인 지방정부들이 중앙정부에 자금을 요청하면서 스페인 재정불안이 확산됐다. 게다가 스페인 중앙정부가 하반기 경제가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라고 분석하며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스페인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0.3%)에 이어 0.4% 수축했다.
인베스텍 자산 관리의 존 스탑포드 수석 펀드매니저는 “스페인은 전반적인 시장 접근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장기간 이 수준에서 지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도 다시 떠올랐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 주말 “그리스가 1930년대 발생한 미국의 대공항과 유사한 상황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그리스가 오는 9월에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스는 이번주 트로이카인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긴축정책에 대한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무디스는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은 유로존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며 “그리스의 재정 쇼크는 역내 연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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