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일산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업소 K 사장. 주택거래가 끊겨 울상인 그가 기자에게 하소연하듯 던진 말이다. K 사장의 불만 섞인 이 이야기는 현재 부동산시장의 실상을 그대로 말해준다.
서울·수도권 집값 하락세가 장기화되면서 여기저기서 대규모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
입주를 앞둔 아파트를 둘러싼 분양 계약자와 건설사 간 갈등이 소송으로 번지는가 하면, 누가 책임이 더 크냐를 놓고 시행사와 시공사 간 분쟁도 이어지고 있다. 중견 건설사들의 줄도산이 빚어지면서 건설사와 하청업체 간 소송도 줄을 잇고 있다.
부동산 관련 소송의 주를 이루던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분쟁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예전에는 조합원들 사이의 갈등으로 인한 소송이 주였다면, 최근에는 분담금 및 사업비를 둘러싼 시공사와 조합 간, 또는 사업 절차장 승인 문제를 둘러싼 조합원과 행정기관 간 분쟁도 늘고 있다.
최근 들어선 이 같은 소송전이 진흙탕으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분양 계약 해지 및 손해배상 소송에 동참하자는 촉구 글이 급증하는가 하면, 대놓고 소송자를 찾는 광고문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동산시장의 대규모 소송전. 이로 인한 파장은 단지 부동산시장 회복을 더디게 하고, 사회적 갈등을 키우는 것만이 아니다. 수분양자가 소송에 질 경우 비용부담은 물론이고 어마어마한 대출 연체료를 물어야 한다.
자칫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건설사도 마찬가지다. 건설사가 패소할 경우 심각한 자금 압박 및 손실 발생 우려가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기면 관행처럼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현재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기반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무턱대고 비싼 값에 집을 팔기에만 급급했던 건설사도, 집값이 떨어진다고 무조건 남탓으로 돌리는 수분양자들도 모두 반성할 부분이다.
각종 개발정책을 쏟아내기만 하고 사후에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정부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서울·수도권 전역을 들끓게 하는 이 대규모 소송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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