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성 훈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
경제 전반이 어렵고, 금융산업 역시 전반적으로 어렵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증권업은 유난히 급하고도 깊은 고통의 계곡을 지나고 있는 것 같다. 주식시장의 침체 및 거래부진에 따라 증권회사의 가장 중요한 수익원인 주식위탁매매수수료 수입이 급감하고 있고, 한때 열풍이 불었던 자문형랩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자산관리 수입 역시 감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파생상품 부문 또한 최근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 영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워런트증권(ELW) 등의 급격한 위축으로 전체적으로는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더욱이 정치권에서 들려오는 파생상품거래세 도입 추진과 같은 소식은 앞으로의 전망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회사별로 지점과 인력을 감축한다든가, (전력 부족에 따른 정부의 규제에 의해서가 아니고 자발적으로) 전등을 끄고 엘리베이터 운행을 줄임으로써 경비를 절감하는 등 절박한 비용절감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같은 위기상황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응은 무엇인가? 매우 진부한 말이지만 위기는 기회라고들 한다.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우리나라 증권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우선 각 개별 증권회사는 다양할 살 길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 10여년간 증권회사들의 특화·전문화에 대한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었었고, 또 어느 정도 회사별로 차별화된 모습이 나타나고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을 주식위탁매매수수료에 의존하는 틀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못한 것이 현실이다.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모든 증권회사가 동일한 전략을 취해야 할 이유는 없다. 회사별로 자신의 역량에 맞는 생존전략, 새로운 비즈니스를 모색하는 노력이 기울여져야 하며, 이러한 노력이 있을 때에만 진정한 특화·전문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다음으로는 증권업 전체 차원에서의 구조조정이다. 이 역시 지난 10여년간 끊임없이 그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고, 대다수의 증권업 관계자들이 진입은 이루어지지만 퇴출은 이루어지지 않는 증권업의 문제를 지적하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직원이나 지점의 수를 줄이는 수준을 뛰어넘는 업계의 구도를 바꾸는 수준의 구조조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재와 같은 외적으로 주어진 위기는 한계사업자를 퇴출시키고 산업 전체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구조조정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책 및 규제 차원에서의 지원 역시 증권회사들의 다양한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하고 지원할 수 있는 방향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으며, 증권업 전체에 대하여 어떤 단기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필요한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정책적 조치는 지양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하고도 필수적인 첫 번째 단계는 작년에 발표되었지만 아직까지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자본시장법의 개정안을 조속하게 처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이미 행정부 금융당국의 손을 떠난 만큼, 국회가 움직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의 자본시장과 증권업을 포함한 금융투자업의 미래를 위한 국회의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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