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여수엑스포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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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8-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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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최병일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여수 엑스포 폐막이 이제 불과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라는 주제로 우리의 미래가 해양에 있음을 보여주려 했던 애초의 취지는 수많은 운영상의 문제로 인해 색이 바래져버렸다. 최근에 와서는 “도대체 왜 엑스포를 개최했느냐?”는 근원적인 물음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번 엑스포는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엑스포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애초 조직위원회에서는 엑스포기간동안 약 800만명이 관람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이었는지를 확인하는데는 한 주도 걸리지 않았다. 엑스포가 열리는 93일 동안 800만명이 관람하려면 하루 8만6000여명이 입장해야 한다. 조직위의 기대와는 달리 엑스포 하루 입장객은 주말에도 4만명을 넘지 않았다. 입장객 수가 적다 보니 당초 우려(?)했던 숙박대란이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달 중순까지 최대 관광객이 입장 첫날을 제외하고 5만명을 넘지 않자 조직위에서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인근 지자체와 협의 하에 여수엑스포 방문의 날’을 지정하고 지정된 지자체는 파격적인 입장가인 3000원만 받기로 했다.관람객 늘리기에 혈안이 된 조직위원회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각종 할인 혜택을 쏟아낸 것도 이즈음이다. 이때문에 ‘제값 주고 엑스포 관람하면 바보’라는 말들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앞서 조직위는 다문화가정 및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3000원에 여수엑스포 특별입장관을 판매하는가 하면 밤 9시부터 입장이 가능한 1000원짜리 야간입장권도 발행하기로 했다. 또 여수시민들의 경우 무료로 여수엑스포를 관람할 수 있는 ‘여수시민 감사의 날’ 행사를 지난 달 29일부터 사흘동안 진행하기도 했다.

조직위의 잇단 입장권 할인 ‘이벤트’는 개막 초중반 3만3000원(성인 개인 기준)에 보통권을 구매해 여수엑스포를 찾은 관람객들만 바보로 만든 것이다. 할인으로 인해 관람객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정상적인 가격을 치른 사람들이 할인 입장객에게 밀려 무려 5~6시간씩 기다려 관람을 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강동석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람회에 대한 사후 평가 요소 중 관람객 숫자는 대단히 큰 의미를 갖고 있다”며 할인이벤트를 애써 옹호하고 있지만 형평성의 문제는 제쳐두고 파행 운영에 따른 책임을 모면하려는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강 위윈장은 관람객이 예상보다 저조한 이유로 “박람회에 대한 정보 제공 미흡, 대한민국 최남단에 위치한 여수에 대한 지리적 거리감”을 들었지만 이또한 문제의 맥락을 제대로 짚지 못했다. 박람회를 찾았던 이들이 한결같이 주장하는 것처럼 여수 엑스포가 무엇을 말해주는지 모르는 근본적인 방향성의 문제, 볼거리 없고 미진하기 이를데 없는 컨텐츠, 관람동선이나 대기수요 등을 고려하지 않은 운영상의 미숙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엑스포 관람을 막은 것이다. 더 쉽게 말하면 “볼 것도 없고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엑스포를 무엇때문에 큰 돈 들여 관람하느냐?”는 네거티브 오럴 마케팅이 저절로 일어나게 한 것이다.

여수엑스포를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거버넌스의 불협화음이 엄청난 국가적 재원 낭비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국제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어떤 컨텐츠를 가지고 감동을 줄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결국 실패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씁쓸한 교훈을 남겼다. 안타깝게도 여수엑스포의 교훈은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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