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만큼 한중수교 최대 수혜는 기업이 받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CJ와 롯데,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등 국내 대다수 소비재 기업이 일찌감치 현지에 생산 공장을 차리는 형식으로 진출했고, 이제는 국내 이상의 시장에서 ‘메이저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현대기아차는 지난 10년 동안 비약적으로 성장, 2010년 이래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 GM-폭스바겐과 함께 ‘톱3’에 일찌감치 안착했다. 그 힘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에서도 선전, 완연한 글로벌 톱5 자동차 회사로 올라섰다.
현대기아차의 올 상반기 글로벌 신차판매실적은 357만6155대. 이중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량은 59만3896대(비중 16.6%)로 국내 시장(56만7251대)를 앞섰다. 단일 시장으로는 미국(64만5376대)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특히 일찌감치 수출을 시작한 미국과 달리 중국에선 2000년대 이후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진 걸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현지 점유율 역시 지난해 1447만대의 현지 승용차 시장서 현대기아차는 117만 대(현대 74만대, 기아 43만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8.1%(한국자동차산업협회)를 기록 중이다. 이는 240만대의 미국 제네럴모터스(GM)와 220만대의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업계 3위다.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토요타(53만대)나 닛산(81만대), 혼다(62만대)를 월등히 앞서고 있는 시장은 중국이 유일하다.
이 추세라면 기아차가 중국에 프라이드를 수출한 1997년 이래 16년 만인 올 연말께 누적 판매 600만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총 488만대를 판매한 회사는 올 2월로 500만대(507만대)를 넘어섰으며, 올해 중국 판매 목표는 125만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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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 열린 중국 베이징모터쇼 2012에서 처음 소개된 신형 아반떼(현지명: 랑동). (사진= 현대차 제공) |
‘현대속도’는 글로벌 시장에선 신참에 불과했던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보여 준 빠른 추진력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첫 수출은 기아차가 1997년 판매한 프라이드 150대로 16년 역사지만, 회사가 그 해 워크아웃에 돌입했고 2001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되기까지 정상적인 경영을 못 했던 걸 감안하면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진 2002년부터다. 당시 판매는 5만대를 밑돌았던 걸 감안하면 사실상 10년 만에 2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00년, 기술만 뺏길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에도 중국 진출을 추진했다. 베이징과의 50대 50 합작사인 베이징현대를 설립한 직후, 베이징에 연산 10만대 현대차 1공장을 지었고 완공된 2002년 말 EF쏘나타 2000대를 만들어 판매했다. 회사는 이듬해 5만2128대, 2004년 14만4088대, 2005년 23만3668대, 2006년 29만29대 등 빠른 속도로 판매를 늘려갔다. 이 와중에 공장은 지속적으로 증설, 연산 30만대 규모로 확대됐다.
이맘때 현대차의 아반떼XD가 베이징 시내의 택시 및 공안차량으로 채택되며 판매는 성장 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에 베이징 2공장까지 본격 가동되며 판매량은 폭주했다. 2009년 57만309대, 2010년 70만3008대, 2011년 73만9800대로 이어졌다. 연말부터 베이징 3공장이 가동되는 걸 감안하면 올해는 80만대를 넘길 전망이다. 이 곳 공장에선 국내에서만 생산되는 에쿠스, 제네시스 같은 고급 차종을 제외한 아반떼, 쏘나타, 투싼 등 대부분 차종이 현지 생산, 판매되고 있다.
1998년 이래 주춤했던 기아차 역시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2002년 3월, 현지기업인 동펑(東風)자동차와의 합자기업 동펑위에다기아를 설립 후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중국 장쑤성 옌청구에 연산 43만대의 기아차 중국 1ㆍ2공장을 건설하고 꾸준히 판매를 늘려오고 있다.
2007년 처음으로 10만대(10만1427대)를 넘어선 이래, 2008년 14만2008대, 2009년 24만1386대, 2010년 33만3028대, 2011년 43만2518대 등 속도만 놓고 보면 현대차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다. 기아차는 올 7월, 오는 2014년 첫 가동을 목표로 연산 30만대의 옌청 3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이를 합한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는 2006~2008년 30만~40만대 수준에서 2009년 81만대, 2010년 103만대, 지난해 110여 만대까지 가파르게 성장했다. 회사는 중국 시장이 당분간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고, 현대기아차 6개 공장이 풀 가동되는 오는 2016년에 중국 174만대(현대차 100만대, 기아차 74만대) 생산 체제를 완비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현대기아차의 예상 총 생산능력(789만대)의 22%이자, 전체 해외 생산의 38%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성공 모델은 다른 브랜드에서도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당시 중국 진출에 신중했던 일본이 오히려 한국에 뒤쳐지며, 이제서야 현지 시장에 맞춘 저가 브랜드를 내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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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11월 28일 열린 현대차 베이징 3공장 기공식에서 첫 삽을 뜨고 있는 정몽구 회장(왼쪽 4번째). (사진= 현대차 제공) |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GM과 폭스바겐이 증설에 나선 데 이어, 엔고와 리콜, 지진이라는 3중고에 시달렸던 토요타ㆍ혼다ㆍ닛산 등 일본 브랜드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특히 토요타와 닛산은 각각 연산 10만대, 20만대의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중이며, 완공 땐 토요타의 중국 생산능력도 100만대를 넘어서게 된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조사기관은 2000만대(승용차는 1400만여 대)를 조금 밑도는 중국의 연 자동차 판매량이 오는 2020년에는 지금의 1.5배인 3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지 회사의 성장과 글로벌 회사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질 경우 과잉 생산의 우려도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한 현대기아차의 해법은 틈새시장 개척이다. 전통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과 일반 양산차 시장 사이에 있는 중고급형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올 4월 열린 ‘2012 베이징모터쇼’에서 신형 아반떼, 현지명 랑동(朗動)이 대표적인 모델이다. 기존 엘란트라(아반떼XD)가 택시 등 중저가 시장, 위에둥(아반떼HD)가 중가의 기존 시장을 지키고, 신모델로 중고급 시장을 개척하는 1모델 3색 전략이다. 내달께 가동되는 현대차 베이징 3공장은 당장 이 모델을 연 12만대씩 생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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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4월 기아차 중국 공장을 둘러보고 있는 정몽구 회장(가운데). (사진= 기아차 제공) |
회사는 이 같은 실패 경험을 살려 지난해 4월 중국 난징자동차와 합자회사 설립 계약을 체결하고 중국 쓰촨성 청두시에 연산 16만대의 공장을 짓기로 했다. 오는 2015년께 완공을 목표로 총 6000억원을 투입하는 프로젝트다. 향후 10년 내 상용차 판매 40만대, 상용차 부문 글로벌 2위라는 그룹의 장기 목표의 첫 단추 역시 중국에서 시작되는 셈이다.
부품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 산하 부품계열사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와 때를 같이 하며 중국 시장에 진출, 현재 중국 상하이에 영업소 및 자체 연구개발(R&D)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신차 부품공급은 물론 수리용 부품의 원활한 공급은 소비자 만족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애프터서비스와 직접 연관돼 있다. 현대차가 지난 2009년 중국질량만리행촉진회로부터 ‘애프터서비스 품질만족도 조사’ 자동차부문 1위를 하는 등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이 같은 완성차-부품사의 연계 덕분이다.
현대모비스는 또 지난 2005~2006년 중국 MGㆍ화타이ㆍ난징ㆍ창샤중타이자동차 등과 연이어 부품 공급계약을 맺으며, 2009년 이래 미국ㆍ일본ㆍ독일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부품 수주 및 글로벌 톱10 부품사 진입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회사는 여전히 현지 영업망을 통해 중국 현지 시장에서 추가 수주 기회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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