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인?' 동산담보대출, 은행권은 '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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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8-0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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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부원 이수경 기자= 서울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회사 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 받기 위해 지난 8일 A은행 모지점을 찾았다. 때마침 이날부터 기계·기구, 농수축산물 등 동산을 담보로 하는 동산담보대출 상품이 출시된 것. 김씨는 공장의 주요 기계를 담보로 대출을 신청했고, 수천만원을 은행에서 빌릴 수 있었지만 당초 기대했던 만큼 대출금이 많지 않아 실망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은행 입장에서도 담보가 있다고 해서 무턱대고 많은 대출금을 내줄 수는 없었다. A은행 지점장은 "동산을 감정하면 대출 신청자가 요구한 금액보다 적은 금액이 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해 준다는 자체가 은행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되지만, 중소기업 지원 차원에서 대출을 해줄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중소기업 금융지원 차원에서 동산담보대출이 전격 시행됐지만 실효성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동산을 담보로 한다는 것 자체가 리스크도 클 뿐 아니라 아직 전례도 없고 인프라도 구축되지 않아 영업 일선에서도 큰 혼란을 겪을 것이란 지적이다.

B은행 관계자는 "말이 담보대출이지 동산의 담보가치 설정이 쉽지 않다"며 "기업 입장에선 신용대출보다 기계라도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는 게 유리하겠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리스크 차원에서 아주 위험한 대출"이라고 밝혔다.

C은행 관계자는 "기계나 원자재의 경우 사업자가 나쁜 마음만 먹는다면 무단방출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대출 후 사후관리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산 담보는 대출을 위한 최후의 보루일 뿐 결국 대출 가능여부를 결정 짓는 건 대출상환 능력을 비롯한 회사의 신용도가 될 것이란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동산담보대출의 최초 시행방안보다 담보인정비율을 하향 조정했다. 또 여신대상기준도 지난해 발표 당시보다 대폭 강화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도 기대했던 것보다 큰 효과를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이미 동산담보대출을 실행한 A은행 지점장 역시 "현재 우리 지점에서 대출신청이 가능한 업체는 30여개 정도인데 감정을 받고 실제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업체는 10여개 밖에 안 될 것"이라며 "감정원에서 동산에 대해 감가상각을 하면 기대했던 금액을 대출받을 수 없으니 기업 입장에서도 아쉬운 점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전례가 없는 제도이다보니 체계가 잡히고 인프라가 구축되기 위해선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D은행 대출 심사역은 "시행 첫날부터 문의는 많았지만 고객이나 상담원이나 명확하게 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E은행 관계자 역시 "이제 막 시행된 제도이다보니 영업점 직원들도 아직 이해도가 높지 않아 계속 교육을 받고 있다"며 "금융당국이나 은행 본사에서 시행 초기부터 실적이 나올 것으로 기대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당장은 은행이나 기업 모두 어려움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은행과 기업이 '윈윈' 할 수 있는 제도로 정착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F은행 관계자는 "시간이 흘러 체계가 잡힌다면 은행권의 대출확대와 중소기업의 자금운용 면에서 모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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