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치권이 내놓은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오히려 내수 부진을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중소상인을 위한 법 개정이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 시장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2일 국내 유통업체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한 대형마트가 자체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의무휴업일에 쇼핑 자체를 포기했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20%를 넘어선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 침체로 잔뜩 위축된 소비 심리를 정치권의 규제가 더욱 꽁꽁 얼어붙게 만든 셈이다.
정치권의 초기 법 개정 의도가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결과도 나왔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을 찾는다고 답한 응답자가 6%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매출 감소로 전통시장에 유입되는 돈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반대로 대형마트 매출 타격으로 반사이익을 누리는 곳은 농협하나로마트·백화점 식품관·기업형 슈퍼마켓 등 또 다른 대형 유통업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설문조사에서도 의무휴업일에 다른 지역 또는 중급 대형마트를 이용하겠다고 답한 사람이 3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을 살리겠다고 내놓은 규제가 영세 상인을 살리기는커녕 또 다른 대형 유통업체들의 주머니를 채워주고 있는 셈이다. 본래 법 개정 의도와 정반대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정치인들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당장의 표만 의식해 심도 있는 논의 없이 졸속으로 법을 개정, 역효과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문을 닫게 한다고 해서 전통시장으로 고객이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 자체가 증발해 버린 것이 증명됐다"며 "표만 보고 정책을 갑자기 만들다 보니 정작 농민·대형마트 입점업체·협력업체 등 또 다른 영세업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 역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강제력을 앞세워 대기업을 옥죄는 것보다 시장 상인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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