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전후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직후 급속히 냉각된 한·일 관계는 이 대통령의 일왕에 대한 사과 요구와 위안부 문제 언급에 일본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정면충돌’하는 제2라운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앞서 후지무라 오사무 일본 관방장관은 15일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의 재검토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양한 검토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과 일본은 작년 10월 정상회담에서 금융위기 시 상호 지원할 수 있는 통화스와프 규모를 종전 130억 달러에서 700억 달러로 확대한 바 있다. 계약 기간은 체결일로부터 1년으로 오는 10월 종료된다. 당시 안팎에서 300억 달러 내외로 예상했는데, 일각에서는 일본이 한국과 과거사 문제 등 정치적으로 풀기 어려운 난제를 경제 분야로 우회해 풀었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두 나라의 통화스와프 규모는 2005년 30억 달러부터 단계별로 늘어난 바 있다.
만약 일본이 한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종료한다면 10월 계약만료 시점에 재계약을 거부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화스와프 교환은 우리나라가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일본 정부로서도 일정 부분 불이익이 따를 수밖에 없다. 파기를 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을 수 있고, 우리 측 연장 요청에 거절을 한다면 폐쇄적이라는 국제사회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일본이 설령 올해 10월 예정된 양국 통화스와프 연장을 중단한다고 하더라도 한·중 통화스와프, 치앙마이 이니셔티브에다 사상 최대 외환보유액을 감안할 때 별 영향이 없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는 한·일 통화스와프 중단 가능성에 대해 일본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닌 데다 만기가 3개월 정도 남아있어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위기다. 현재 정부가 맺고 있는 통화스와프 약정은 한·일 700억 달러를 제외해도 한·중 560억 달러, 치앙마이 이니셔티브기금 2400억 달러, 7월 외환보유액 3143억5000만 달러 등 6103억5000만 달러에 달한다.
한·일 간 분쟁에 이어 영토 문제를 둘러싼 중·일 간 갈등도 심상치 않은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15일 홍콩 시위대가 센카쿠 열도에 상륙을 시도하다 일본 당국에 체포된 사건과 관련, 중국 정부는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등 양국 간 외교 갈등으로 격화되고 있다. 대만 역시 체포된 홍콩 시위대를 석방하라고 일본 당국에 촉구하고 나섰다.
일본은 자국이 실효지배 중인 센카쿠에 대해서는 자위대의 출동 지침을 마련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처럼 3국 간 역사적인 갈등과 영토분쟁 등 문제는 상호간의 신뢰를 제약하고 있다. 우선 한·중·일 3국이 추진하고 있는 FTA 협상에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한·중·일 3국 정상은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연내 한·중·일 FTA 협상을 개시한다”고 합의했지만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각국의 기업들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업계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양상이 당분간은 불가피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회복될 여지가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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