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산지 망명>'반미' 코레아 대통령 정치적 이득 노림수

아주경제 박현준 인턴기자=에콰도르가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의 망명을 허용한 것에 대해 ‘정치적 이득’을 노렸을 것이란 분석이다.

에콰도르 정부는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머물고 있는 어산지의 망명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영국·스웨덴 등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리카르도 파티노 에콰도르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에콰도르 정부는 망명을 요청한 이들을 보호하는 국가적 전통에 충실하다”며 망명 허용 이유를 밝혔다. 그는 성폭력 혐의가 있는 어산지가 스웨덴으로 송환되면 미국으로 재송환돼 군사재판 등을 통해 사형·종신형 등에 처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과의 외교관계에 금이 갈 수도 있는 에콰도르의 이번 결정에 대해 실질적 구제보다 상징적 보호에 힘을 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비밀 외교문건들을 폭로해 서방 국가들의 탄압을 받은 어산지의 편에 서서 ‘언론 자유 국가’라는 명분을 얻으면서, 신병문제의 책임은 영국과 미국 등에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다. 경찰이 어산지 체포를 위해 대사관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서 공을 영국과 미국에게 넘긴 셈이다.

게다가 영국 경찰이 어산지 신병 확보를 위해 외교공관에 진입한다면 세계적인 비난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러시아·브라질 등은 2010년 당시 어산지를 기소하려는 미국을 비난한 바 있다.

이처럼 에콰도르가 어산지를 감싸며 반미 행보를 걷는 배경에는 반미주의자인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이 있다.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그는 전형적인 ‘유학파 반미주의자’로 불린다.

코레아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앙숙 관계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부시를 악마라고 비난하자 “부시에 비유된 악마가 기분 나빴을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악감정을 드러냈다. 또 그는 서방 석유기업과 맺은 계약의 파기와 석유기업의 국유화를 밀어붙이며, 미국에 맞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어산지가 망명 전 진행하던 ‘월드 투모로우 ’라는 TV 토크쇼에도 출연한 바 있다.

이같이 반미주의자인 코레아 대통령이 이끄는 에콰도르가 어산지를 보호하는 한 영국 경찰이 그를 강제로 잡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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