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한 총부채상환비율(DTI) 일부 개선 방안을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전경. [아주경제 DB] |
정부가 고심 끝에 DTI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놨지만 주택 거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이 극도로 침체된 상황이어서 대출을 통한 거래 활성화를 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DTI 규제 완화 목소리가 높았던 올 봄 당시 타이밍을 놓쳤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도 ‘헛발질’에 그쳤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대책 발표에도 집값은 오히려 하락
하지만 실효성을 놓고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인 편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주택시장 침체의 골이 워낙 깊은 만큼 당장 거래 활성화에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이번 규제 완화로 생활자금으로 쓰려는 대출이 오히려 늘어나 가계부채 증가 및 은행권 부실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지 주택시장 반응도 무덤덤하기만 하다. DTI 적용 때 15%포인트 우대금리를 적용받는 6억원 이상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강남권에서도 규제 완화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G공인 대표는 “DTI 완화 발표에도 재건축 아파트 매매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는 큰 변동이 없다”며 “개포주공4단지의 경우 오히려 아파트값이 이틀새 1000만원가량 빠졌다”고 전했다. 인근 개포공인 관계자도 “예전에는 시장 활성화 대책이 나오면 호가가 2000만~3000만원씩 뛰곤 했는데 이젠 어림도 없다”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 상징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매매시장도 잠잠하다. 현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급매물 가격은 전용 74㎡는 7억4000만원, 84㎡ 8억8000만원선으로 일주일 전과 차이가 없다.
서초구 반포동 W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젊은층의 대출 여력을 높여줬지만 지금도 대출을 못받아 집을 사지 못한 수요자들은 별로 없다”며 “오히려 빚을 권장하는 분위기에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강북권도 상황은 비슷하다. 노원구 중계동 중계그린 전용 49㎡ 급매물 시세는 일주일 전 2억1000만원선에서 500만~1000만원가량 떨어졌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이 60%대를 육박하지만 추가 하락 우려로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는다”며 “아예 올해 초에 DTI를 폐지했다거나 취득세 감면 등을 시행했으면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DTI 규제 완화만으로 한계…“취득세 등 거래세 감면 필요”
정부는 올 들어 '5·10 대책'을 발표한 이후 거래 활성화 방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5·10 대책을 포함해 지난 4년간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활성화 대책은 무려 22차례에 달한다. 특히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내수 활성화를 위한 ‘끝장 토론’을 가진 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DTI 완화 등 굵직한 규제 완화 방안이 쏟아지는 형국이다.
하지만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번번이 실효성 논란을 낳으며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번 DTI 규제 완화 역시 한 발 늦은 것으로, 시장 정상화에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여력을 늘려준다고 해도 상환은 어차피 본인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라며 “거기다 대출 한도가 대폭 올라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도 “거래 활성화를 위한 조치가 아닌 시장 연착륙을 위해 내놓은 고육지책에 불과하다”며 “집값 상승보다는 하락세를 저지할 수 있는 역할 정도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취득세 등을 포함한 거래세의 감면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과 업계의 주장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T공인 대표는 “DTI 같은 금융 규제 개선만으로는 수요를 진작시키기에 한계가 있다”며 “취득세·양도세 한시 폐지 등 강력한 대책이 있어야 매수세가 따라붙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이제는 규제 완화 정도로 살아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라며 “취득세·양도세 감면과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 규모 확대, 청약 가점제 폐지 등 수요를 창출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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