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도 비슷한 일이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증시 침체로 시름하는 증권업계 사장단을 만나 애로사항을 듣는 간담회를 열었다. 이 모임 끝에도 왕따설이 불거졌다. 예년 간담회에서 당국에 거침없이 불만을 제기했던 3~4개 증권사 대표는 일부러 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1년을 보면 10대 증권사 가운데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한 9곳을 초청했다. 이에 비해 올해는 6곳을 불러 신한금융투자 1곳만 추가됐을 뿐 4곳이 빠졌다. 삼성증권, 대신증권, 하나대투증권, 동양증권이 여기에 해당됐다.
유명 걸그룹 문제야 지극히 사적인 불화라면 그것으로 그만일 수 있다. 반면 금감원장 간담회 논란은 다르다. 과거처럼 업계 위에서 군림하는 금감원이 아니라면 어떤 불만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외부에서 증시가 어렵다니까 애로사항을 듣는 시늉만 하는 자리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권 원장이 이 회사나 저 회사 대표는 빼라는 말을 직접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금감원이나 같이 명단을 짰던 금융투자협회 홍보실에서 ‘귀찮은’ 일을 만들 것 같은 인물을 제외했을 수 있다. 여기에 논란과 달리 당국에서 전혀 의도하지 않은 ‘우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감원 측도 4~5년을 주기로 모든 회사가 빠짐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돌리다보니 한 해만 봤을 때 제외되는 곳이 생길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렇더라도 왜 이런 ‘오해’를 사는지는 반드시 살펴야 한다.
결국 ‘오해’는 ‘불신’으로 굳어졌다. 증권업계는 간담회를 ‘동문서답’으로 평가했다. 업계 경영난이 심각한 것으로 판단하느냐는 물음에 권 원장은 “제조업이나 부동산 쪽도 상황이 나쁜 만큼 특별히 증권사만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기상황 장기화에 따른 리스크 관리와 투자자 보호를 강화할 것은 물론, 계열사 부당지원이나 펀드 몰아주기를 지양하라는 주문도 내놨다. 증권업계는 어려운 처지를 하소연하러 갔다가 되레 혹만 붙인 셈이다. 이럴 거면 간담회보다는 서면으로 무기명 건의나 받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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