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밍바오(明報) 20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8일 베이징에서 가장 큰 예술촌인 쑹좡(宋庄)에서 열린 제9회 베이징 독립영화제 개막식 행사에서 중국 정부가 방해공작을 펼쳤다. 당시 중국 정부는 20여명의 요원을 영화제 행사장 입구에 배치해 입구를 폐쇄해 출입을 막고 행사장 내 전기 공급을 중단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해 독립영화제 때에도 이와 비슷하게 압력을 행사해 영화제 진행을 방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예술계 인사들은 중국 정부의 독립영화제 탄압에 대해 분노를 터뜨렸다.
베이징전영학원 하오젠(郝建) 교수는 웨이보(微博 미니블로그)에서 “18일 개막식장 입구에 20여명의 유관부서 요원들이 지키고 서 있었다”며 “이미 개막식 이전 행사장 정문을 폐쇄하고 사람들의 입장을 막았다”고 폭로했다. 또한 그는 “개막작인‘계란과 돌멩이’방영이 시작되고 30분이 지나자 전기가 끊겼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끝까지 남아 자리를 지켰다”며 “저녁 8시경까지 자리를 지킨 영화계 인사들은 행사장 내에서 촛불 집회를 가지고 중국 정부의 탄압에 항의했다”고 전했다.
이번 독립영화제 심사위원이었던 베이징전영학원 추이웨이핑(崔衛平) 교수는 “할리우드는 독립영화를 흡수해 창조성 있는 영화로 승화시킨다”며 “그러나 중국에서 ‘독립’은 ‘천연해충’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중국 유명 감독 자장커(賈樟柯)도 “(개막일 당시 행사장 전기공급을 중단한 것에 대해 풍자하며) 여러분, 우리 내일은 그림자극을 공부하러 갑시다. 설마 소방대를 파견하진 않겠죠?”라며 중국 당국의 탄압을 비꼬았다.
특히 이번 독립영화제 마지막 날인 26일엔 중국의 반체제 예술가인 아이웨이웨이(艾未未)를 다룬 다큐멘터리 ‘대단히 미안해(원제:深表遺憾)’가 폐막작으로 선정돼 방영될 예정이었다.
‘대단히 미안해’는 2009년 독일 뮌헨에서 아이웨이웨이가 연 개인전 명칭을 따서 만든 제목이다. 2008년 쓰촨성 지진 당시 중국 당국이 희생자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사건을 무마하기에 급급하자 아이웨이웨이가 자발적으로 조사대를 꾸려 쓰촨성 지진 실태와 희생자를 조사해 그 결과를 대내외에 공개함으로써 중국 정부로부터 노골적인 탄압을 당한 사건, 2009년 중국 경찰의 구타로 아이웨이웨이가 독일에서 병원 신세를 진 사건 등 아이웨이웨이와 중국 정부와의 갈등의 내막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