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지역 전셋값 상승의 진원지는 재건축 이주 단지들이다. 대표적인 곳이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다.
서울 최대의 재건축 단지인 가락시영은 지난 10일 첫 이주 스타트를 끊었다. 내년 1월 31일까지 4차에 걸쳐 이주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삿짐을 싸는 집들이 늘면서 주변 전세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인근 아파트 전세 보증금 호가가 일주일 전보다 1000만~2000만원 더 올랐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가락동 가락시영공인 관계자는 "가락시영 이주가 시작된 이후 인근 전셋값이 10% 정도 올랐다"며 "가뜩이나 전세 물건이 없는 상황에서 가락시영 이주가 본격화하면 전세난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근 대한공인 강동학 대표도 "전세 만기가 된 인근 아파트 집주인들이 전세 오름세를 보고 더 높은 가격에 세를 내놓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송파구 일대 연립·다세대주택 전셋값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아파트 전세를 찾지 못한 수요자들이 주변지역 연립·다세대주택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송파동 송파공인 관계자는 "연립주택 전셋값이 최근 한두 달 새 1000만원가량 뛰었다"며 "오른 가격에도 전세 물건을 잡아달라는 문의 전화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가락시영발' 전세난이 이사철이 맞물리는 올 가을 본격화해 내년 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가락시영뿐만 아니라 올 하반기에 재건축 이주 수요가 몰려 있어서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하반기 9개 단지(주택재개발·재건축 포함)에서 총 1만221가구가 이주할 예정이다. 오는 10월에는 서초구 잠원동 대림아파트 637가구와 강동구 고덕주공4단지 410가구가 이주에 나선다. 11월에는 서초구 신반포아파트 790가구도 이주 예정이다.
이에 더해 올 하반기 서울 입주 물량은 줄어들어 전세난에 기름을 부을 전망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9~11월 입주예정 아파트는 7867가구로, 전년 동기(9728가구)보다 19% 줄었다.
부동산써브 박정욱 연구원은 "아직은 전세 수요의 움직임이 예년보다는 적은 편이지만 가을 이사철에 진입하면 가격 상승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며 "재건축 단지별 이주가 본격화할 경우 강남에서 시작된 전셋값 상승세가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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