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오거스타내셔널GC, 80년 ‘性 장벽’ 허물었다

  • 라이스 전 국무, 무어 금융인 등 여성회원 2명 받아들여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의 최초 여성회원이 된 콘돌리자 라이스(왼쪽)와 달라 무어.                    [미국 골프위크 캡처]

오거스타내셔널GC 클럽하우스 뒤편.  오른쪽에서 접근하는 길이 유명한 '매그놀리아 레인'이며 코스는 건물 너머에 있다.
                                                                                                                                                                                                 [미국 SI 캡처]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남자골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골프토너먼트’를 개최하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이 마침내 ‘금녀(禁女)의 벽’을 허물었다. 1932년 12월 문을 연 이 골프장은 그동안 남성들만 회원이 될 수 있었으나 80년만에 여성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의 빌리 페인 회장은 21일(한국시간) “콘돌리자 라이스(57) 전 미국 국무장관과 금융기업인 달라 무어(58)가 회원으로 가입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두 여성은 새 시즌이 시작되는 오는 10월부터 이 골프장의 상징인 ‘그린 재킷’을 입게 된다. 그동안 여성들은 이 골프장 회원이 될 수 없었고, 남성회원을 따라갈 경우 게스트로서 라운드는 할 수 있었다.

페인 회장은 “회원 후보의 자격을 엄격히 심사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성의 입회를 강력히 요구해온 여성단체 등의 압력과 대회 후원사인 IBM과 관계를 고려한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란 해석이 나온다.

마사 버크 미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등을 앞세운 여성단체는 2003년과 2004년 마스터스 때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 앞에서 ‘여성 입회를 허용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마스터스는 여느 골프대회와 달리 상업시설이나 광고판이 없으나 IBM 엑손(EXXON) AT&T 3개사를 ‘코퍼레이트 스폰서’로 두고 지원받는다. 세 회사의 CEO는 이 골프장 회원이 돼온 것이 관례다. 그런데 올해초 IBM의 CEO로 버지니아 로메티라는 여성이 선임되자 골프장측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결국 로메티는 올해 마스터스 마지막날 그린 재킷 대신 ‘핑크 재킷’을 입고 관람했다. 이에 대해 여성· 시민단체는 물론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등 언론까지 비난했다.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이 여성 회원을 받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타이거 우즈, 잭 니클로스, 아니카 소렌스탐 등 프로골퍼들은 물론 미국PGA와 LPGA투어 관계자, 유명인사들은 한결같이 ‘잘 한 일’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미국 골프사에 이정표를 세운 라이스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첫 흑인 학장을 지냈으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시절 국무장관(2005∼2009년)을 역임했다. 스탠퍼드대를 수료한 우즈와도 친하다. 최근엔 미국골프협회 지명위원장으로 선임됐다. 무어는 금융업에서 출발한 여성 기업인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대에 수천만달러를 기부했고 ‘미국의 영향력있는 여성 50인’에 선정될만큼 사업가· 기부가로 명성이 나있다.

‘금녀 골프장’의 상징으로 돼있었던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이 여성 회원을 받기로 함에 따라 내년 브리티시오픈을 개최하는 스코틀랜드의 뮤어필드골프클럽으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골프장 역시 철저한 남성클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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