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현장> 거래소가 만졌던 ‘3가지 금융선진제도’ 카드

아주경제 양종곤 기자= "원격지회원제가 도입된다면 파생상품 시장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국거래소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파생상품 시장 부서에 오랜 기간 근무한 경험으로 볼 때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선진제도 중 '원격지회원제'를 제일로 꼽으며 아쉬워했다.

거래소는 원격지회원제뿐 아니라 지난해 세 가지 금융선진제도 '카드'를 만지작거리다 결국 내려놓았다. 제도부서에서 관련 제도를 조사한 끝에 도입이 이르다고 결론지었다.

우선 원격지회원제는 국내 지점 개설 없이 해외에서 직접 회원사로 등록해 투자를 가능하게 한 제도다. 현재 규정상 국내 지점 개설 없이 금융투자회사가 될 수 없다는 규정과는 상치되지만, 보다 많은 해외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한 가지 제도는 '옴니버스 어카운트'다. 이는 투자업자가 개별 계좌를 모아 종합주문을 내는 주문 방식이다. 그리고 증권사 중에 별도로 증거금 관리 증권사를 두는 '기브업' 제도도 같은 시기에 논의됐다.

세 가지 제도는 이미 선진시장에서 도입돼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 유치에 적극 나서 유동성이 높은 홍콩 시장 등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본의 경우 최근 원격지회원제를 도입했다.

물론 제도 도입이 어렵다고 결론지은 거래소를 나무랄 수는 없다. 문제는 한국 금융산업이 너무 강력하게 규제의 틀 안에 갇혀 있다는 점으로 귀결된다. 원격지회원제의 경우 국내 지점 개설이 없다면 효율적으로 통제가 안 된다는 점에서, 옴니버스 어카운트도 개별 계좌를 일일이 보기 힘들다는 점, 기브업 제도는 증권사 중에서 증거금 관리 전문 증권사가 현재 없다는 이유로 모두 막혀버렸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강력하게 파생금융상품 시장에서 투기성을 없애겠다고 옵션 증거금을 높이는 등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로 인해 ELW(주식워런트)는 고사했고, 외국계 증권사 이탈 움직임이 가속됐으며, 끝내 세계 파생상품 시장 1위도 뺐겼다.

대안도 없이 내놓는 지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대안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금융시장 선진화는 여전히 공허한 외침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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