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과 우유에 이어 조미료·참치·맥주·음료까지 잇따라 가격이 인상되면서 정부의 물가정책이 벼랑 끝에 내몰린 것이다. 상추·오이 등 채솟값도 연일 급등세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제 곡물가와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서민식품의 대표격인 라면의 가격 상승률이 무섭다. 팔도는 이달 초에 라면 가격을 평균 6.2% 인상했다. 도시락과 왕뚜껑 등 용기면은 공급가 기준 6.1% 올렸고, 일품해물라면·팔도 틈새라면빨계떡·일품짜장면 등 봉지면은 공급가 기준 8.2% 인상했다. 삼양식품 역시 지난 10일 삼양라면을 비롯한 6개 인기 제품 가격을 각각 50~60원씩 인상했다.
업계 1위인 서울우유는 지난 1일부터 가격을 50원(1ℓ제품 기준) 인상했다. 회사 측은 그동안 가격 할인을 종료하고 환원했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은 사실상의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소주·맥주 등 서민들이 주로 마시는 술값도 올랐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맥주 출고가격을 5.93% 올렸다. 이에 따라 하이트(500㎖) 병맥주 출고가는 1019원에서 1079원으로 60원 인상됐다. 소주 역시 원료인 주정값이 5.6% 인상됨에 따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도 20일부터 카스·OB골든라거·카프리 등 주요 제품의 출고가를 5.89% 인상했다.
햇반·참치캔 등 가공식품의 가격 인상도 만만치 않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30일부터 햇반 가격을 개당 1280원에서 1400원으로 9.4% 인상했다. 햇반과 함께 다시다 제품도 8%가량 올렸다.
오뚜기 역시 지난 16일부터 참치캔과 즉석밥 가격을 인상했다. 오뚜기밥(210g)은 개당 845원에서 900원, 마일드참치(100g)는 1850원에서 1910원으로 가격이 상향 조정됐다.
동원F&B와 사조도 참치캔 가격을 올렸다. 동원F&B는 동원 오메가3(150g)를 비롯해 총 9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7.6%, 사조그룹은 사조로하이 살코기 참치캔(150g)의 패키지를 리뉴얼하면서 가격을 기존 2150원에서 2380원으로 8.4%나 대폭 올렸다.
음료업체들도 앞다퉈 가격 인상을 선언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10일 콜라·커피·주스 등 10개 품목의 가격을 인상했고, 대표 제품인 칠성사이다는 40원·펩시콜라 33원·캔 게토레이는 33원 올렸다.
코카콜라 역시 전체 243개 품목 가운데 41개의 출고가를 5~9% 인상했다. 코카콜라·환타·파워에이드·조지아커피·스프라이트 등 주력 제품이 대부분 포함됐다.
가공식품에서 출발한 가격 인상은 오이·배추 등 각종 농산물로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대형마트에서는 100g당 680~700원이었던 상추류 가격이 한 달 만에 900원으로 껑충 뛰었으며, 열무와 깻잎도 각각 18%, 16%나 올랐다. 오이류도 한 달 동안 44~104%나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의 물가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그동안 참아왔지만 극심한 내수 침체로 기업들도 더 이상 가격을 묶어둘 수 없는 한계상황에 도달했다"며 "무리한 가격 통제가 오히려 가격 인상폭을 높였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