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수급 ‘이상기류’... 기관 펀드런에 반등주도 英자금도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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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8-23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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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급등세를 보이던 국내 증시가 외국인의 거침없는 순매수세에도 불구하고 조정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펀드런'이 지속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매도공세를 펼치고 있는 데다, 외국인 자금 유입도 둔화될 조짐까지 나온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22일 금융투자협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는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8337억원이 순유출됐으며, 해외 주식형펀드는 2737억원이 빠져나갔다. 설정액도 국내 주식형펀드는 최근 한 달새 1조2223억원이 감소했으며, 최근 일주일새에는 2006억원이 줄었다. 해외 주식형펀드도 이 기간 각각 5193억원, 1558억원이 감소했다. 주식형펀드와 달리 국내 채권형펀드는 1개월새 2460억원, 해외 채권형은 1675억원의 설정액 증가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41%(8.03포인트) 내린 1935.19로 거래를 마쳐 나흘 연속 약보합세를 나타냈다. 이날 기관이 1620억원의 매도물량을 쏟아내며 지수 낙폭을 키웠다. 펀드 환매가 연일 이어지면서 기관투자가들의 매도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입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코스피가 1900포인트를 상회한 후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환매돼 국내 기관들의 매수여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8일 코스피가 1900포인트를 상회한 이후 9~14일, 4거래일간 4370억원이 환매됐다"며 "지난해 5월 이후 반복된 1900포인트 이상에서의 차익실현은 국내 유동성 환경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2년새 지수가 오르면 펀드를 환매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전략상의 환매가 많아졌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바뀌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해외 주식형의 경우엔 자체적으로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환매가 지속되는 것이며, 채권형펀드로의 유입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경기 불확실성 지속으로 채권 가격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관의 펀드런에 이어 증시 상승을 이끈 외국인의 매수세는 영국을 중심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유럽계는 3조50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해 4개월을 이어온 순매도를 끊고 순매수로 돌아섰다. 미국계는 24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해 6개월 연속 팔자세다. 국가별로 영국이 2조5000억원어치를 사들였으며, 프랑스가 1조10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싱가포르 7300억원, 중국 2300억원, 케이먼제도 460억원 순이다. 즉, 이달 들어 증시를 이끈 것은 영국의 힘이 컸던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영국의 매수자금이 바닥을 드러내며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약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주요 국적별 매수 현황을 보면 거래 비중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국가는 영국과 미국"이라며 "보통 영국과 미국이 각각 20~3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데, 지난 7월에는 영국이 29.5%, 미국이 21.3%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미국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로 돈을 풀지는 않았지만 7월 추가 양적완화에 나선 곳은 영국으로, 과거 영란은행(BoE)이 양적완화를 시행했을 때 영국계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강하게 유입된 것을 감안하면 최근 유입된 자금은 영국계 자금일 가능성이 컸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영란은행은 지난 2009년 3월 기준금리를 0.5%로 인하한 결과 기준금리를 사실상 그 이하로 인하할 수 없음에 따라 자산매입을 통한 추가 양적완화를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시작한 바 있다. 이후 총 3750억 파운드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박 연구원은 "영란은행의 추가 양적완화는 9월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영란은행은 지난 8월 16일 주간 기준으로 3428억 파운드를 순매수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목표액까지 향후 322억 파운드를 추가 매수할 여력이 있는 상황으로 올해 2월 500억 파운드 규모의 추가 자산매입을 발표한 이후 3개월 정도 기간을 들여 계획한 자금을 공급했음을 감안할 때 7월에 시작한 만큼 9월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9월 영란은행의 추가 양적완화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국내 증시에서 영국계 외국인의 순매수가 약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김수영 연구원은 "올해 영국을 비롯, 외국인이 많이 매수한 상태라 향후 증시는 박스권을 보이며 강한 자금 유입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 연준과 ECB를 비롯해 오는 9월까지의 정책적 이벤트의 향방에 따라 외국인의 자금 흐름은 바뀌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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