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서한 반송' 놓고 공방전‥외교적 결례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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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8-2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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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독도와 과거사 문제를 놓고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일본 총리의 서한 반송 문제를 놓고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3일 주일 대사관을 통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 앞으로 보낸 유감 표명 서한 반송을 시도했다.

그러나 일본이 우리 외교관의 면담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외무성 방문 접수 자체를 거부함에 따라 우편을 통해 노다 서한을 반송했다.

정부 당국자는 “외무성 정문을 (우리 외교관이) 통과할 수 없었다”면서 “부득이 등기 우편을 통해서 노다 총리 서한을 일본 외무성으로 발송했다”고 밝혔다.

외무성을 찾은 김기홍 주일 한국대사관 참사관은 밖에서 1시간이나 기다리다 대사관으로 복귀할 수밖에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우리 정부는 노다 총리가 지난 17일 주일 대사관에 보낸 서한을 검토한 결과, 매우 부당한 주장이 담겨 있고 일본의 분쟁지역화 기도에 이용될 가능성 등이 있다고 판단해 서한 반송을 결정했다.

일본 총리의 서한을 우리 정부는 못 받겠다고 반송한데 맞서 일본 역시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거부하는 외교현장에서 찾기 힘든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

정부 당국자는 "일본측이 정상적인 외교수발 경로까지 차단한 것은 외교관례를 떠난 조치로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우리측이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원 작성자(노다 총리)가 다시 받는게 마땅하다. 서한을 보낸 사람은 회수를 거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송시킨 서한은 내일 오전 중 일본 외무성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등기이기 때문에 분실 가능성은 없다고 정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그는 "분실할 경우 일본이 스스로 망신을 자초하는 것"이라며 "등기는 수령하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양국은 “다케시마에 이명박 대통령이 상륙했다”는 잘못된 사실이 담긴 이 서한을 놓고 양국은 서로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며 대립각도 세웠다.

우리 정부는 외교적 결례 논란의 불씨를 일본이 먼저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노다 총리의 서한을 지난 17일 저녁 주일 한국대사관에 보내자마자 곧바로 외무성 홈페이지를 통해 내용을 공개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일본의 이런 처사에 “우리 정부가 접수해 내용을 확인하기도 전에 사전에 언론에 공개한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일본은 우리 정부의 서한 반송 방침에 “외교적 결례”라고 반발했다.

후지무라 오사무 관방장관은 “외교관례상 통상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외교적 결례는 일본이 먼저했다고 반박했다.

조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이날 “일본 정부가 서한을 보내온 과정에서 보여준 결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이 국제 관행상 실무자의 편의를 위해 첨부하는 사본도 붙이지 않았고 우리 정부가 서한을 보기도 전에 외무성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는 지적도 했다.

정부 당국자는 “미리 내용 공개하는 것은 일본이 대단한 결례를 범한 것”이라면서 “결례를 논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외교가에서는 일본이 주일 한국대사관 차량의 진입도 막은 채 면담 자체를 거부한 것을 놓고도 일본이 상당한 외교적 결례를 또다시 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일본 간의 갈등 수위가 재고조되면서 이미 상대에 대한 외교적 배려의 수준은 넘어선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노다 총리가 이날 일왕 사과 발언과 관련해 이 대통령의 사과를 거꾸로 요구한 것은 양국간 감정 싸움에 불을 지른 격이었다.

청와대는 이날 공식적인 반박을 내놓지 않아지만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말 같지 않은 주장에 대꾸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진정 기미를 보이던 양국 갈등 관계가 서한반송 문제와 일본의 이 대통령에 대한 사과 요구로 다시 확전 기미를 보이는 상황에서 한일 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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