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의 잇따른 국내 원전 사고가 ‘한국 원전 스타일’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신월성1호기(발전용량 100만㎾급)에 이어 23일에는 울진1호기(발전용량 95만㎾급) 마저 고장으로 발전 정지되는 등 최근 한 달 새 원전이 고장으로 멈춰선 것이 벌써 4번째다. 올해 들어 7번째 원전 고장 사고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울진1호기 정지 원인을 ‘오신호’라고 발표했지만 국민들의 원전에 대한 의혹은 말끔히 풀리지 않고 있다.
◆ 올 들어 7건 원전 고장 사고…원전 스타일?
이번 울진1호기 사고까지 포함해 올 한 해 일어난 원전 사고는 모두 7건으로 대부분 고장과 정지가 그 원인이다.
지난 1월 12일 발생한 월성원전1호기의 원자로 및 터빈 정지사고를 시작으로, 2월 2일에는 신월성원전1호기가 시운전시험 중 정지됐다.
3월 24일에는 신고리2호기가 시운전시험 중 원자로가 정지됐고, 27일에는 역시 시운전시험 중이던 신월성1호기가 원자로 이상으로 작동을 멈췄다.
이어 7월 31일에는 영광6호기의 제어봉 구동전원 상실에 의한 원자로 정지, 8월 19일 신월성1호기 제어봉 제어계통 고장에 의한 발전정지, 8월 24일 울진1호기 고장 정지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이와 관련, 한수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원전 사고 발생률은 미국이나 타 유럽국가에 비해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원전 같은 경우 사고의 대부분이 시험운전 중에 일어났거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정한 ‘사고고장 0등급’에 해당되는 것이라 안전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영광6호기와 신월성1호기에서 잇따라 나타난 제어봉 문제는 자칫 후쿠시마원전 사고 같은 큰 불로 번질 우려가 있어 국민들의 불안감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 신월성1호기, 영광원전6호기 모두 제어봉 고장 ‘발전정지’…제어봉이 대체 뭐길래?
지난 19일 신월성1호기는 제어봉 제어계통의 전력함(PSA)에서 10차례나 고장이 반복됐다. 지난달 31에는 영광6호기가 제어봉 구동장치의 전원공급 부분에서 고장을 일으켰다. 만에 하나 원자로의 가동을 제어하는 제어봉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매우 심각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제어봉은 원자로 핵분열을 제어하는 안전차단막 구실을 한다. 여기서 원자로 안전의 핵심은 핵분열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제어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불리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역시 제어봉을 무리하게 한꺼번에 빼면서 벌어진 사고였다.
이런 측면에서 신월성1호기와 영광원전6호기의 잦은 고장은 주목해야 할 불안요소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제어봉 계통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연료 안으로 들어가 핵분열을 막도록 설계돼 있다”며 “원자로(표준형 기준) 하나에 73개라는 수많은 제어봉이 작동하기 때문에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노후화에 따른 교체시기에 관해서 한수원은 1년엔 한 번씩 노후화된 제어봉은 부분교체가 가능하다면서 안전성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의 양이원영 상황실 국장은 “핵연료 제어봉은 유사시 마지막으로 사고를 방지하는 기능을 담당한다”며 “이번에는 다행히 원자로 가동을 중단시켰지만, 반대 상황이 벌어진다면 상상하기 끔찍한 재앙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원전 사고 대비 '안전점검'…정말 안전한가?
지식경제부와 한수원 측은 최근 잇따른 원전 사고에 대한 향후 방지대책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일부 지역 주민들의 반대 의사도 확고하지만, 전력 수급 또한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전 사고가 터지니 당혹스럽다”며 “우선 (울진1호기의) 이번 사고 원인을 보다 명확히 조사하고 밝히는 것이 선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특히“(울진1호기의 경우) 외부 송전선에 문제가 생겨 전력계통에 교란이 발생해 이상신호가 발생했고 원전이 여기에 반응해 자동으로 정지된 것 같다”며 안전성에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수원은 “1990년대 이후 적극적으로 설비를 개선하고 선진 운영기법을 도입한 결과, 불시정지 건수는 5회로 크게 줄었다”면서 “이번 울진1호기의 경우도 사고 원인을 철저히 파악하고 규명해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제남 통합진보당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지경부와 한수원은 최근 잇따른 원전 사고에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며 방치하고 있다”면서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는 같은 일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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