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1년 US여자오픈에 출전해 캐디의 말을 듣고 있는 고보경. [미국 골프위크 캡처]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27일(한국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밴쿠버GC(파72·길이6427야드)에서 끝난 미국LPGA투어 ‘CN 캐나디언여자오픈’(총상금 200만달러).
뉴질랜드 교포 아마추어 고보경(15· 리디아 고)이 대회 2라운드에서 공동 선두, 3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로 나섰지만 그가 우승컵의 주인공이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최종 라운드 18홀을 남기고 고보경은 겨우 1타차 선두였고, 그 뒤를 메이저챔피언들인 신지애(미래에셋) 박인비(24)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한국의 최운정(볼빅)이 바짝 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4라운드가 시작되자 예상은 빗나갔다. 우승에 대한 중압감은 프로들이 더 느끼는 듯했다. 고보경과 함께 챔피언조로 플레이한 신지애와 루이스는 좀처럼 스코어를 줄이지 못했다.
4라운드 전 “이 대회에서 커트통과를 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우승경쟁까지 하게 됐다. 최종일 우승을 못해도 실망하지 않겠다. 우승하게 되면 더 없는 영광이겠고…”라고 말한 고보경은 그의 말대로 동반플레이어들은 신경쓰지 않고 자신만의 게임에 몰두했다.
전반에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1타를 줄인 고보경의 진가는 후반에 발휘됐다. ‘69주 연속 세계 여자아마추어골프 랭킹 1위’라는 수식어가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10∼13번홀에서 4연속 버디를 잡은 고보경은 한 홀 건너 15번홀에서 이날 일곱번째 버디를 기록하며 추격선수들을 4∼5타차로 따돌렸다.
이 대회 나흘 내내 단 하나의 더블보기를 기록하지 않은 그의 안정된 기량으로 보아 남은 세 홀에서 역전될 가능성은 희박했다. 마지막 18번홀(파4). 고보경의 두 번째 샷이 그린을 훌쩍 넘어버렸다. “17번홀에 이르러서야 ‘스코어 보드’를 봤다”는 고보경은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아드레날린이 평소보다 더 분비돼 힘이 넘쳤던 것같다”고 말했다. 고보경은 세 번째 샷을 올려 2퍼트로 마무리하며 보기를 했으나 우승컵의 주인공은 달라지지 않았다. 4라운드합계 13언더파 275타로 박인비에게 3타 앞선 완승이었다. 미LPGA투어에서 아마추어가 우승한 것은 43년만이다.
다섯살때 골프클럽을 처음 잡은 고보경은 그 이듬해 뉴질랜드로 이민 가 학업과 골프를 함께 하면서도 그는 ‘될성부른 떡잎’처럼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뉴질랜드와 호주의 아마추어 주요대회를 ‘최연소’로 석권했다. 올 1월에는 호주여자프로골프투어 ‘뉴사우스웨일스오픈’에서 세계 프로골프투어 역사상 최연소 챔피언이 된데 이어 이번에는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제치고 미국LPGA투어의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이를 두고 한 외신은 '키드 프로 고'(Kid Pro Ko)라고 적었다. 그가 3주 후 열리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주목된다.
고보경은 이번 대회 나흘동안 버디 20개를 잡고 보기는 7개 범했다. 더블보기 이상은 없다. 나흘평균 티샷 페어웨이 적중률은 78.3%, 아이언샷 그린적중률은 86.1%로 흠잡을데 없었다. 앳된 모습인데도 드라이버샷은 평균 265.25야드를 보냈다. 많은 선수들이 그린에서 브레이크를 읽지 못해 고전했음에도 그는 라운드당 평균 30개의 퍼트수를 기록했다. 돋보이는 것은 나흘동안 단 한차례도 벙커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 그만큼 ‘샷 정확도’가 높다는 뜻이다. 또 최종일 최운정과 함께 ‘베스트 스코어’를 낸 것은 그의 ‘챔피언 기질’을 보여준다.
2주전 US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 이어 세계 최고의 여자프로무대마저 석권한 고보경은 대학 졸업때까지 아마추어 신분을 유지하겠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5월부터 69주연속 세계 여자아마추어랭킹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당분간 그를 넘어설 여자아마추어선수는 없을 듯하다. 고보경은 9월 터키에서 열리는 세계 여자아마추어팀선수권대회에 뉴질랜드 대표로 나간다. 그 대회에서 아마추어랭킹 2위인 국가대표 김효주(17· 대원외고2)와 대결할 가능성이 있다.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김효주는 16강에서 탈락했다. 김효주는 그 대회를 끝으로 프로로 전향한다.
고보경이 아마추어 신분이어서 우승상금 30만달러(약 3억4000만원)는 2위 박인비에게 돌아갔다. 박인비는 루이스를 제치고 시즌 상금(141만9940달러) 랭킹 1위로 올라섰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