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윤선 기자= 중국 상하이(上海) 번화가 난징동루(南京東路)에 세계적인 캐주얼 브랜드 지오다노, 유니클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중국 로컬 의류 브랜드 미터스 본위(Meters bonwe).
1995년 1호점을 오픈해 현재 베이징(北京), 상하이, 광저우(廣州) 등 15개 도시에 지사가 있으며 중국 전역에 총 1800여개의 매장을 갖춘, 2011년 총 매출액 99억위안(약 1조7650억원)을 달성한 중국 최대 의류회사로 성장했다.
이 성공신화의 중심에는 가난한 농민이었던 저우청젠(周成建) 회장이 있었다. 1965년 4월 중국 저장성(浙江省)의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가난이라는 굴레를 떨쳐내기 위해 어릴 적부터 재봉기술을 배웠다.
저우청젠 회장은 “당시 마을에서 시멘트와 토목, 재봉 이 세가지 기술만 배울 수 있었는데 진흙과 딱딱한 나무토막을 만지는 것보다 옷감을 다루는게 편해 보였다”며 재봉사의 길을 걷게 된 연유를 털어놨다.
어릴적 그는 열등감이 많은 아이였다. “농촌 출신이라는 이유로 늘 업신여김을 당해왔다”는 저우 회장은 “어떻게 하든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 어려웠지만 열등감에 사로잡힐수록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저우청젠은 “당시 끝임없이 나를 증명해 보이기 위해 노력했고 다시 일만번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나는 의류업을 선택할 것”이라며 “세상에서 최고의 부자가 될 순 없어도 나의 일에서 만큼은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의류업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빈손으로 오늘날 중국 최대 의류 브랜드 ‘미터스 본위’를 일궈내기까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이겨낸 저우 회장의 불굴의 도전정신은 많은 중국 청년들에 귀감이 되고 있다.
1982년 중학교를 막 졸업한 저우 회장은 고향 마을에 조그만 의류공장을 설립한다. 이때 한 무역회사로부터 30만위안(약 5300만원) 상당의 거액의 주문을 받은 그는 마을 신용금고에서 30만위안 대출을 받아 옷감을 구입하고 100여명의 재봉사를 동원해 밤낮없이 일했지만 옷감의 문제로 전량 반품 처리되어 30만위안의 빚을 지고 공장은 문을 닫게 됐다.
저우 회장은 “당시 30만위안이라는 거액의 빚을 갚을 돈이 없었지만 두렵지는 않았다”며 “그래도 수중에 9000위안(약 160만원)이 남아있어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 재산 9000위안을 가지고 저우 회장은 저장성 최대 상업도시인 원저우(溫州)에서 다시 의류사업에 도전했다.
십여명의 직원과 공장 안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며 밤낮으로 일한 결과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빚을 청산할 수 있었다.
이렇게 새 출발을 시작한 저우 회장이 캐주얼 사업에 뛰어든 것은 한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양복 소매를 재단하던 중 실수로 소매를 짧게 잘라 이 부분에 다른 옷감을 덧대어 재봉한 것이 캐주얼 정장 스타일로 만들어져 한 시간만에 모두 팔려나간 것.
“그 당시 원저우 양복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였기 때문에 양복이 아닌 차별화된 스타일의 의류 개발이 필요했다”고 저우 회장은 말했다.
평소에도 늘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했던 그는 중국에서 널리 행해지던 생산기지는 교외에 두고 영업점포는 도시에 두는 ‘전점후창(前店后廠)’ 방식을 버리고 과감히 생산과 판매를 외부업체에 맡기고 모든 자금을 고부가가치인 상품 디자인에 투자하는 경영방식을 채택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가격흥정이 성행했던 원저우 의류시장에서 파격적으로 옷감, 단추, 전기세, 세금 등이 포함된 모든 의류제품의 원가를 공개, 원가보다 1위안(약 178원)이라도 높으면 판매하는 획기적인 세일즈 전략을 시행했다.
현재 미터스 본위는 중국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접근성과 다양한 아이템, 놀라울 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또한 말할 수 없는 비밀, 쿵푸덩크 등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중화권 인기스타 저우제룬(周杰倫·주걸륜)을 광고 모델로 내세워 브랜드 인지도를 대폭 향상시켰다.
현재 저우청젠 회장의 개인자산은 136억위안(약 2조4270억원, 2009년 기준)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2010년 후룬(胡潤) 부호랭킹에서 25위를 차지, 2009년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 25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