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만도 한 게 상추, 시금치, 오이 등 뭐하나 안 오른 게 없다. 숨 쉴 때 마시는 공기만 빼고 먹을 수 있는 것은 다 올랐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니 말이다. 해당 분야 출입기자의 경우 물가 기사를 건들지 않고서는 견디기가 힘들다.
매일 반복되는 언론의 밥상물가 걱정에 국민의 밥상을 책임지는 농림수산식품부도 힘든가 보다. 최근 만난 농림수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물가 기사와 관련해 기자에게 이런 불만을 토로했다.
“요즘 물가 기사를 보면 참 가관이에요. 상추 값이 올랐다고 하면서 수치적으로 가격 상승세가 가파른 적상추를 기사에 적는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먹는 게 청상추 아닙니까?”
그의 토로는 계속 이어졌다.
“가격비교 시 상승폭이 두드러지는 시기와 비교하는 기사도 아니라고 봅니다. 일관성 있게 비교해야지 어떤 품목은 지난달과 비교하면서, 또 다른 품목은 지난달이 아닌 보다 상승폭이 큰 지난주와 비교하는 건 무슨 경운가요? 심지어는 뜬금없이 평년가격과 비교하는 기사도 있어요. 이건 팩트를 교묘하게 조작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역시 그의 지적들과 정확히 일치하는 기사를 여러 번 작성해 온 입장에서 뭐라고 항변이라도 해야했지만 차마 할 수가 없었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가 관련 기사를 쓰는 기자들 입장에선 사실 방법이 없다. 가파른 상승 및 하락세가 있어야 만이 기사가 되고 자극적이어야 사람들이 읽는다. 그리고 나름대로 ‘조작된 팩트’는 이런 굴곡을 만들어 준다.
언론이 대중의 입맛을 변하게 한 건지 아니면, 대중이 언론을 바꿨는지는 알 수 없지만, 뭔가 씁쓸한 기분이 밀려오는 건 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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