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그러나 전력거래 체계를 놓고 전력거래소 등을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내겠다는 방침은 지경부의 경고를 받고 '강경 모드'에서 '신중 모드'로 방향 선회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한전이 투트랙(two track)행보로 지경부와 맞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2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유가가 또다시 고공비행을 지속하면서 총괄원가를 보전할 수 있는 전기요금 추가 인상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올해 총괄원가 기준으로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16.8%이었지만 이달초 전기요금 인상은 국내외 경제여건을 감안한 것"이라며 "유가가 폭락하지 않는 이상 4.9% 인상으로 경영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전은 평균 10%가 인상요인이 남아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김중겸 한전 사장 등 경영진이 배임 등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할 만큼은 했다'는 명분을 남기려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한전 이사회는 김 사장에게 추가 인상에 대해 전권을 위임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 배경에는 전임 김쌍수 사장이 전기요금을 제대로 올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액주주에게 거액의 소송을 당한 것이 '응어리'처럼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반해 한전은 전력거래소와 비용평가위원들을 상대로 4조원대의 손해배상청구소송 계획을 일단 유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9일 한전은 전력거래소 비용평가위원회가 잘못 계산하는 바람에 적자구조가 악화됐다며, 발전자회사에 지급하는 전력구매대금을 자체적으로 감액하고 거래소 및 위원들을 상대로 4조400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에 지경부는 "공공기관과 공무원들을 상대로 해서 공기업이 이런 천문학적 소송을 내겠다는 건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며 김 사장과 한전을 강하게 비난했다. 또 "한전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다하겠다"며 엄중 경고했다.
한전 다른 관계자는 "지경부의 가이드라인도 있지만 내부적으로 전력 거래체계를 바꿔야한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으며 소송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접근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한전이 배임과 안팎의 비난여론 등을 감안해 투트랙 전략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한전의 이같이 계속되는 돌출행보가 전력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까 촉각을 세우고 있다. 가뜩이나 정치권과 정부 등에서 국내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불똥이 어디로 튈지 우려를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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