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파는 보험에서 사는 보험으로

  • 장상용 손해보험협회 부회장

장상용 손해보험협회 부회장.
보험은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존속하고 성장하는 산업이다. 보험상품은 TV나 냉장고 같은 실물이 아니라 미래의 어느 때 일어날지도 모를 위험에 대비한 무형상품이라는 특성이 있다. 보장기간이 100세까지도 가능해 상품만 팔고 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의 관리도 필요하다. 따라서 보험사와 소비자 간의 상호신뢰가 보험에 있어 최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

보험의 정신은 보험에 가입한 다수의 사람들이 조금씩 갹출한 돈으로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는 것이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새로운 위험이 생겨나면서 나와 내 가족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아짐에 따라 보험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2011년 기준으로 국내 손해보험·생명보험을 합한 수입보험료는 152조원, 세계 8위 규모로 적어도 외형만으로 볼 때에는 가히 보험대국으로 성장하였다고 자평할 만하다.

하지만 외형적으로 성장한 보험산업이 질적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보험의 많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보험이라는 것이 전문적일 뿐 아니라 보상과 관련해서는 소비자 오해가 많아 민원 역시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보험민원을 줄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끝없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보험광고’ 부문도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보험은 단기간 내에 상품의 효과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단순한 상품이라 하더라도 구매 시에는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상품이다. 보험가입을 권유할 경우에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보험의 기본기능을 무시하는 듯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와 같은 보험광고의 등장은 보험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다.

소비트렌드는 급변하고 있다. 현대의 소비자는 남들이 좋다고 권하는 상품이 아니라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을 찾는다. 보험도 예외가 아니다. 예전의 권하는 대로 선택하거나 부탁을 받아서 보험에 가입하는 시대는 지났다.

보험광고의 트렌드 또한 소비자의 변화에 맞춰 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올 7월부터 손해보험 광고규정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여 적극 시행하고 있다.

보험광고에 대한 심의는 허위·과장광고의 방지라는 기본원칙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소비자의 오인가능성 최소화,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한 정확한 정보제공“이라는 대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가령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홈쇼핑 보험광고의 경우 소비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주요내용 등은 사전에 녹화하여 심의를 받은 후 사용토록 했다. 고가의 명품핸드백, 상품권 등을 이용하여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특히 보험판매자격이 없는 유명 연예인의 상품설명도 금지했다.

이는 보험상품 내용을 명확히 전달하기 보다는 연예인의 기존 이미지에 편승한 광고를 제한하기 위해서다. 또한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조차 알 수 없도록 빠르게 설명해온 주요 고지사항의 음성속도도 소비자가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선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소비자의 신뢰를 높여 선택받는 보험으로 거듭남과 더불어 세계 8위의 보험대국의 위상을 만들어 준 소비자에 대한 보험업권의 책임이기도 하다.

미국의 투자가 워렌 버핏의 “좋은 평판을 만드는데 20년이 걸리나, 이를 무너뜨리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 말이 그 어느 때보다 가슴속 깊이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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