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위기에 놓였던 건설사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재기에 나서고 있다. 대형 사업이나 수도권 등 외형 위주의 사업이 아닌, 지방 소형사업으로 다시 일어서겠다는 절치부심의 각오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이들 건설사들이 연고지인 고향에서 새 사업을 재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법정관리 중인 월드건설 계열사인 월드건설산업은 최근 연고지인 대구에서 시행으로 재기를 꿈꾸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대구 월배지구 5블록을 KB부동사신탁과 공동 시행, 대림산업 시공으로 ‘e편한세상월배’ 932가구를 분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청약 결과 1순위에서 평균 2.5대 1로 마감됐다. 월드건설이 분양 사업을 재개한 지 5년만이다.
월드건설은 대구를 본거지로 한 때 시공순위 48위까지 올랐던 주택 전문 건설사다. '월드메르디앙'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승승장구했지만, 부동산 시장이 글로벌 경기 불황과 맞물려 침체기를 겪으면서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하지만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번 대구 시행사업 성공으로 회사는 자신감을 얻은 상태다. 앞으로 채권단 및 법원과 협의해 아직 보유하고 있는 경기도 평택 동삭동 도시개발사업(3000가구)도 진행할 계획을 짜고 있다. 다만 분양시장이 살아나고 채권단 협의회에서 분양이 가능하도록 운전자금을 지원해 줘야 사업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
워크아웃 중인 동일토건도 고향으로 돌아가 재기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이 회사는 이르면 이달 텃밭인 충남 천안에서 ‘천안 용곡2차 동일하이빌’ 592가구를 분양한다.
동일토건은 1989년 천안에서 동일물산으로 출발, 동일하이빌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연고지인 천안과 수도권, 지방에서 주택사업을 활발하게 펼쳤다. 하지만 대규모 미분양 아파트 발생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져 2010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동일토건과 동일하이빌을 합병, 다시 본사를 천안으로 이전했다.
이번 아파트 분양사업은 2008년 이후 4년 만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용곡2차 동일하이빌의 성공적인 분양을 통해 그동안 동일토건이 쌓아온 주택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경영 정상화의 토대를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규모가 작지만 알짜 사업을 맡는 건설사도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우림건설이다.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아픔을 겪은 우림건설은 소규모 도급사업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경기도 남양주시 광릉 포레스트CC내 숙박시설인 광릉 포레스트 그린스위트 증축사업권을 따냈다. 법정관리 이후 처음으로 수주한 사업이다.
사업비는 456억원으로 예전 우림건설의 사업 규모에 비하면 아주 작은 규모지만 내실을 다지는데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림건설은 또 법원으로부터 패스트트랙(회생절차 조기 종결 제도) 적용 방침을 통보받아 회생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무르익은 상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계기로 빠른 시일 내 정상적인 경영 상태를 회복할 수 있도록 모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내실을 다지는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