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민의대변’과 대통령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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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9-0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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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송지영 워싱턴 특파원=미국 버지니아의 페어팩스카운티(한국의 도와 시 중간 정도 행정구역)는 미국에서 두번째로 부유한 지역이다. 가구당 연간 중간소득은 10만5000달러가 넘는다. 잘 사는 지역인만큼 공립학교 교육부터 시작해 공원, 도로, 치안 등 뭐 하나 크게 모자람이 없다. 아주 화려한 곳도 그다지 없지만, 또 아주 낙후된 곳도 없는 그런 지역이다.

인구가 약 100만명에 이르는 이 지역의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재학생들은 약 18만명이 조금 넘는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이들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집에서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즉 이민자 가정이라는 말이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베트남·멕시코·인도·파키스탄·아랍 등 그들의 출신 국가와 사용 언어는 거의 100가지나 된다고 한다. 이들이 다 고학력 전문직이 아닌만큼 이들 중에는 많은 가정이 경제적으로 쉽지 않다. 연간 5만달러를 못버는 가정도 수두룩하다.

교육청은 이민자 가정 학생들에게 필요한 영어교육(ESOL)을 위해 학생 1인당 연간 약 3300달러를 사용하고 있다. 그 비용만 총 2500만달러가 넘는다. 어떤 학교는 ESOL 학생들이 전체 학생의 절반이 넘는 곳도 있다. 모든 수업이 영어로 이루어지는 학교 현장에서 이처럼 이민 학생들이 많으면 학교의 걱정거리도 늘어난다. 영어를 가르치면서 과목당 수업을 함께 올리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지역은 전국에서 교육 환경과 질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히고 있다.

잘 사는 곳이니까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회가 굴러가고 발전하는 일은 돈만 갖고 되지 않는다. 물론 이들 지역 거주자들은 많은 세금을 낸다. 주택 소유자들은 주택 공시지가의 1%가 넘는 연간 부동산 세를 낸다. 50만달러 집이라면 적어도 5000달러는 세금으로 낸다. 돈을 벌면 내게 되는 소득세와 누구나 상품을 구입할 때 내는 판매세(5%)도 주요 세수다.

이 지역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미국의 ‘민의 대변 정치’가 이 사회를 끌고 나가기 때문이다. 카운티나 교육위 의원들(모두 선출직)은 이론적으로가 아니고 이들을 현실적으로 대변한다. 카운티나 교육위 회의를 가보면 통역을 대동하고 나와 이민자들 각자가 처한 어려운 상황은 설명하고 이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한다. 대다수가 공감하고 시급하게 해결되야 하는 안건으로 결정되면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면서 페어팩스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지난주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1월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이 자리에도 수많은 이민자들이 참석했고 주연사로 멕시코 이민 가정 출신의 훌리안 카스트로 샌 안토니오 시장이 나서 많은 갈채를 받았다. 다시 출마해도 당선될 정도로 유권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최초의 미국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이같은 모습들이 모두 표로 연결될지는 모르겠지만, 유권자들의 인종별 분포와 여러 요구 사항에 따라 대표들의 모습도 함께 바뀌는 미국의 민의 대변 정치를 잘 보여줬다.

한국의 자살률이 하루 평균 약 44명이라고 한다. 연간 1만5000명 넘게 자살로 죽는다고 한다.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학생들로부터, 한창 아이를 키우며 재미를 느껴야 할 주부들, 사업과 돈벌이에 실패한 가장들, 노인들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들 사연은 다르지만 이유는 하나다. 살기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공직자들은 이들에게 죽을 힘으로 살면 무엇인들 못할까라는 말은 해서는 안된다. 이들을 위해 스스로 한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헤야려야 한다.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한국이 과연 이들의 고통을 대변하는 정치·사회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지 묻고 싶다. 누가 당선되든 이들의 아픔이 무엇인지 헤아리고 끊임없이 해결하려는 사람이 되야 한다. 1인당 GNP가 2만달러가 넘었고 삼성의 스마트폰이 세계를 제패했다는 선전은 그만하자. 국민 개개인이 어려움을 해결하고 행복을 만들어줘야 그같은 숫자들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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