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三國志를 즐기는 또 하나의 길!

  • 걸어서 삼국지 기행/글·사진 아주뉴스코퍼레이션/형설라이프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갈석산 정상을 바로 눈 앞에 두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선선한 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식혀주니 가쁜 호흡도 가라앉는 듯했다. 날씨도 맑고 화창하건만 사방을 둘러봐도 조조가 보았다던 ‘창해’는 어디에도 없었다. 다만 후대 사람들이 조조가 남긴 시를 돌에 음각해 놓은 ‘관창해’ 시 한 수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46p)

한중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아주뉴스코퍼레이션은 형설출판사와 공동으로 한중 문화교류의 대표적 아이콘인 소설 삼국지(삼국지 연의)의 현장이야기를 담은 '걸어서 삼국지 기행'을 출간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마치 삼국지 이야기꾼을 따라 갈석산에 오르는 것 같은 현실감과 재미를 안겨준다. 독자들은 삼국지 주요 무대의 현장속으로 들어가듯 흥미진진한 스토리 텔링의 세계에 빠져들수 있다.

역사서 진수의 삼국지를 바탕으로 한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동서 고금에 걸쳐 세계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해왔다. 특히 한국인에 있어 삼국지연의는 대륙 한풍(漢風)의 원조였으며 수백년에 걸쳐 한중 문화교류의 중요한 매개체가 돼왔다. 많은 대목에서 가상의 인물과 사건을 실제의 일로 꾸며 놓아 간혹 논란을 빚기도 하지만 삼국지연의는 여러모로 후세인들에게 심원한 영향을 끼쳤다.

"삼국지연의에서 장비는 장판파 전투에서 쫓아오는 조조군을 물리치기 위해 20마리의 말 꼬리에 빗자루를 매달아 먼지를 일으킴으로써 군사가 많은 것으로 위장했다. 그리고는 다리 앞에 장팔사모를 들고 홀로 서서 쫓아오는 조조 백만 대군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내가 바로 장비다. 누구든지 목숨이 아깝거든 물러나라!”라고 고함쳤다. (중간 생략) 지금은 장비가 끊었다는 다리도, 거친 물살이 흘렀다는 강물도 이곳에 남아 있지 않고, 아스팔트 포장도로 만이 고적하게 깔려있다. 다만 당시 장판교에서의 장비 활약상을 기록해 놓은 장비횡모처 비석만이 하나 남아있어 과거 장판교 전투 유적지라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을 뿐이다. (208p)"

사람들이 삼국지연의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은 방대하지만 소설 속 내용으로 한정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국지연의를 여러 번 읽은 독자라고 할지라도 ‘장판파’, ‘사수관’, ‘적벽’ 등 삼국지연의의 유명한 명소들을 글과 이미지로만 느낄 따름이다. '걸어서 삼국지'는 삼국지 영웅들의 기개와 소멸되가는 시대의 이야기들을 두터운 세월의 먼지속에서 끌어내 독자들과 대화를 잇도록 한다.

이 책은 직접 삼국지의 명소를 찾아 다니면서 삼국지 전문가들과 현지 주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경험한 바를 바탕으로 기록한 것이다 . 세계에서 가장 큰 관우상이나 검문관, 명월협 등 삼국지 명소를 담은 사진 한장 한장이 전하는 감동은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랫동안 유쾌한 여운으로 남는다. 유비 삼형제의 도원결의의 장소인 허베이부터 두 아우를 잃은 유비가 세상을 떠나며 촉한의 사직이 종말을 고하는 충칭까지 삼국지 속 이야기가 생동감 있게 독자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아주뉴스코퍼레이션’과 중국 국가여유국의 공동 취재로 출간한 '걸어서 삼국지 기행'은 취재규모나 내용적인 면에서 그동안 기존 삼국지 관련 책들과 궤를 달리하고 있다. 일독에 시간이 아깝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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