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은 월세를 선호하고 세입자는 전세로만 쏠리는 전월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 탓에 이처럼 황당한 가격 역전 사례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16일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7월 경상북도 포항시 장성동 롯데낙천대 아파트 전용면적 85㎡ 5층이 1억3천900만원에 팔렸는데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의 4층 아파트가 1억4천만원에 전세계약됐다.
동일한 조건의 아파트 전세가격이 같은 시기 매매가격보다 100만원 더 비쌌던 것이다.
수요자들이 기피하는 1~2층 매매가격과 비교하면 전세가격 역전 사례를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7월 경북 포항시 두호동의 산호녹원맨션 85㎡ 2층이 9천500만원에 팔려나간 반면 같은 면적 9층은 1억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신고됐다.
경북 구미시 구포동 성원아파트 60㎡도 같은 달 실제 매매가격이 8천만원(1층)으로 전세가격 8천300만원(13층)보다 낮았다.
대구·경북 지역과 더불어 광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광주 광산구 우산동 시영1차 50㎡ 8층은 두 달 전 5천500만원에 팔렸지만 전세 실거래가는 12층 6천만원, 15층 5천500만원으로 매맷값과 같거나 더 높았다.
지난 6월 광산구 송정동 명지2차에서는 85㎡ 7층 전세가격이 같은 달 신고된 1층 매매가격과 똑같은 1억2천50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몇몇 지방 아파트의 전세가 역전 현상은 전세 수요가 꾸준한 반면 공급은 매우 모자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광주 우산동 W공인 관계자는 “전세 물건이 워낙 모자라니까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라며 “집주인으로서는 전세금을 받아도 이익을 별로 얻을 수 없으니 월세로만 내놓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방은 원래 전세보다 월세 공급이 많았는데 저금리 시대로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 두드러졌다는 진단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8천만원에 불과하던 이 지역 아파트 전세가격이 최근 1억2천만원까지 급등하자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자 일부가 매매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국민은행 조사결과 8월 현재 지방의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은 광주 77.1%, 경북 74.3%, 대구 72.7%, 울산 72.3%, 전남 71.6%, 전북 71.2% 등으로 전국 평균 61.7%를 크게 웃돌고 있다.
아파트값이 워낙 비싼 수도권에서는 이런 식의 가격 역전이 벌어지기 어렵지만 1~2인 가구가 몰리는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에 한해 전세금이 매매시세에 육박하는 일이 벌어진다.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 구로동 하나세인스톤3차 오피스텔 39㎡(이하 계약면적)는 현재 전세와 매매 모두 1억2천만원대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다.
구로동 하나세인스톤1차 오피스텔 55㎡도 전세시세가 1억1천500만원으로 매매시세(1억3천500만원)보다 불과 2천만원 낮다.
구로동 H공인 관계자는 “역세권 오피스텔이라 전세를 찾는 사람이 많아 원래 전세가율이 높은 편”이라며 “전세권 설정을 하면 경매로 잘 안 넘어가니까 설마 하는 생각에 그냥 계약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팀장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거의 없다보니 집주인들이 높은 임대료로 보상을 받고 싶어한다”며 “전세가 품귀라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어서 원래 가치보다 전셋값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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