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워크아웃 실적은 좋은 사례도 있지만 나쁜 게 더 많은 실정이다. 워크아웃을 받던 기업이 사정이 더 나빠져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거나, 졸업 후에도 부진하다 법정관리를 받게 된 사례가 늘고 있는 것. 불황이 장기화된 탓도 있지만, 채권회수에 급급한 워크아웃의 허점이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기업들의 선호도도 워크아웃보다 법정관리 쪽으로 기우는 추세다. 법정관리를 통해 빚을 더 많이 탕감받을 뿐더러 법이 바뀌면서 경영권까지 보장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법정관리 신청 건수를 보면, 관련 개정법(통합도산법) 시행초기인 2006년 19건에서 지난해 190건까지 급증했다.
이런 까닭에 워크아웃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금호석유화학이 워크아웃에 힘을 보태는 졸업사례가 될 수 있다. 엄밀히 구분하면 워크아웃이 아닌 ‘자율협약’이지만, 채권단의 관리를 받는다는 차원에서 금호석유화학은 모범사례로 꼽힌다.
금호석유화학은 올 연말에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을 종료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위한 정지작업으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기업실사를 진행 중이다.
졸업하려면 총 4개의 협약 조건 중 2개 이상을 충족하면 된다. △2년 연속 약정 매출목표를 달성하고 △자체 신용으로 정상적 자금조달이 가능하며 △졸업 후 잔여채무의 변제 능력이 있고 △부채비율이 200% 이하인 경우가 그 내용이다.
회사측 관계자는 “약정된 매출목표를 이미 2년 연속 달성했고, 최근 2000억원의 채권도 발행해 자체적 자금조달 능력도 보였다”며 또 “지난해 부채는 202%로, 올해 충분히 200% 미만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금호석유화학은 2010년부터 자율협약을 이행하며 괄목할 경영실적과 재무개선을 이뤘다. 지난해 경영실적은 매출액 5조2921억원, 영업이익 6235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올해는 한국신용평가로부터 역대 최고 신용등급(A-) 평가도 받았다.
그 배경에는 합성고무 시장의 성장과 경영진의 리더십이 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사진)은 2010년 경영복귀 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를 성장궤도에 안착시켰다. 무엇보다 투자판단이 크게 적중했던 것으로 평가 받는다.
금호석유화학은 작년 2월 합성고무 2공장을 준공,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을 확보했다. 이는 당시 세계 고무시장의 호황과 맞물려 실적을 극대화한 원동력이 됐다.
박 회장은 이에 멈추지 않고 고부가 특수고무 및 열병합발전 증설 등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했다. 이와 관련, 합성고무의 영업실적과 에너지 공장의 우수한 채산성 등이 신용등급 상향조정의 평가요소로 꼽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은 경영개선 작업을 자산을 파는 등 보수적으로 한 게 아니라 공격적인 증설투자로 이뤄냈다”며 “특히 2공장을 증설하면서 친환경 타이어 시장의 확장에 적극 대처, 투자 결정이 주효했다”고 치켜세웠다.
한편 금호석유화학은 사옥을 이전하며 그룹과의 계열분리도 가시화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의 지분(13.6%)만 장애물로 남았다. 채권단은 완전한 독립경영을 위해 지분을 팔 것을 종용하고 있다. 선결조건은 아니지만, 자율협약 졸업을 위해서도 매각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 주가가 하락해 손실을 보며 매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채권단은 매각 계획 등을 제시하는 선에서 합의를 이루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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