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경상거래에 원화 활용을 확대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중국 당국과 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원화 국제화는 2008년 금융위기로 무기 연기됐지만 글로벌 위기가 상시화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미룰 수 없어 단기적으로라도 진행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상거래의 원화 비중이 높아지면 기업의 환위험을 낮추고 외화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금융위기 때 외화 부족으로 생기는 충격을 줄여 위기 대응력도 커진다.
우리측은 지난 7월 중국에서 1차 협의를 열어 양국간 경상거래에 스와프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며, 조만간 2차 협의를 할 예정이다. 한·중 스와프 규모는 64조원(3600억 위안)이다.
박 장관은 "우리 기업도 통화스와프 자금으로 위안화를 조달할 수 있어 한·중 양국에 서로 이익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 전체 수출의 24.1%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시장이다. 대중 수출은 미국(10.1%)과 일본(7.1%)에 대한 수출을 합친 것보다 크다.
반면 지난해 한국의 무역결제에서 원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수출의 1.8%, 수입의 3.4%에 불과하다. 수입의 원화결제 비율이 약간 높은 것은 이란 원유 수입 시 결제대금이 원화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의 본사와 국외지사 간 원화결제를 장려해 선도기업을 지원하고, 국내 은행의 재외 현지법인·지점을 '원화 결제 허브'로 활용하는 방법도 추진할 방침이다.
또 일단 경상거래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고, 무역신용 등 경상거래에 수반하는 자본거래 규제의 일부 완화도 검토 중이다.
중국도 위안화 국제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2003년 몽골과 미얀마, 베트남 등 8개 접경국과 상호 화폐결제 협약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6월에는 무역결제 시범지역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위안화 무역결제액은 2010년 1분기에 184억 위안(무역액의 0.4%)에 그쳤지만 2011년 2분기에는 5973억 위안(10.3%)으로 빠르게 늘었다. 그러나 이는 달러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10년 위안화 외환거래 비중은 0.9%에 그쳐 달러화(84.9%), 유로화(39.1%)보다 훨씬 낮다.
한편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원화 국제화가 아니라 위안화 국제화만 돕는 일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중국 경제의 위상이 반영돼 위안화를 빌리는 우리 기업은 많은 데 비해, 원화를 빌리는 중국 기업은 별로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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