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두가족?' 세대분리형 아파트 '천덕꾸러기'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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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9-1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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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주민 없고 임대수요 드물어<br/>투자자 "임차인 못 구해 걱정"… 세입자 "집주인과 거주 부담"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서울에 살고 있는 한동우(가명·53)씨는 지난 2009년 지방에서 공급된 세대분리형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생소한 집 형태였지만 은퇴 후에 실거주가 가능하면서도 임대 수입도 올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그동안 모아놓은 돈을 투자한 것이다.

그러나 입주한지 일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한씨는 "퇴직 후 고향에 내려가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에 거액을 투자했지만 오히려 부담만 가중된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한때 틈새 수익형 부동산으로 주목받았던 세대분리형(부분임대형) 아파트가 주택시장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차 수요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쪽방 아파트'만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세대분리형 단지는 아파트에 별도의 출입구를 내고 생활공간도 구획해 독립된 주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주택이다.

여러 세대가 한 집에서 거주하는 세대분리형 아파트는 내집 마련과 함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선보인 서울 흑석뉴타운 6구역 내 한강센트레빌2차 부분임대 아파트(113동 전용 85㎡)는 3.4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5·10 대책'에서 세대분리형 아파트 건축 기준을 완화했다. 기존 전용면적 85㎡ 초과에서 85㎡ 이하 아파트에도 세대분리형 구조가 적용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쪼갤 수 있는 공간도 상한선을 없애고 최소 면적 기준만 14㎡ 이상으로 하기로 했다.

건설업계도 일부 대형아파트에만 시험 적용하던 세대분리형 평면을 중소형 주택 등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세대분리형 아파트가 주택시장에서 주류 상품으로 자리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역세권 지역 정도에 어울리는 특화상품 정도일 뿐, 큰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란 예측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말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광명시 '광명해모로이연'의 경우 일부 대형아파트(용면적 141㎡ 159가구 중 46가구)를 2가구가 독립해서 거주할 수 있는 세대분리형으로 설계했지만 임차 수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세대분리형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그렇다보니 입주한 사람도 없고 임차 수요도 없다"고 전했다.

지난 7월 입주한 부산 금정구 장전동 '벽산블루밍디자인시티'도 분양 당시 132㎡ 이상 중대형은 세대분리형 공간 구조 적용이 가능한 맞춤 설계로 공급됐다. 하지만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부모님과 함께 사는 일부 세대만 입주했고, 세들어 사는 임차인은 지금까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장전동 J공인 관계자는 "임차인 입장에서는 집주인과 함께 거주한다는 껄끄러운 측면이 있어 세대분리형 아파트가 주택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도 세대분리형 아파트 투자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세대분리형은 임대보다는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세대들이 우선 타킷"이라며 "도심권에 위치해 있다면 임대 쪽으로도 가능하겠지만 도심에는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등 대체 상품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소장은 "집주인이 사생활 문제로 세입자를 들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사생활이 보호되고 출입구가 따로 분리된 평면이라면 상황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과장은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세대분리형 수요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새로운 형태이다 보니 수요자들에게 인식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부터 입주한 부산 금정구 ''벽산블루밍장전디자인시티'' 세대분리형 아파트(전용 164㎡) 평면도. [사진제공=벽산건설]

주요 세대분리형 아파트 [자료제공=닥터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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