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일 첫홀 트리플 보기’도 ‘신지애 질주’ 못막아

  • 브리티시女오픈 각종 기록 세우며 두 번째 우승…첫 ‘한국선수 시즌 메이저 3승’ 완성

신지애가 최종일 16번홀에서 '신참 캐디'와 코스 공략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프랑스 출신 캐디 나이는 신지애보다 한 살 어린 스물 세 살이다.                                                                                                              [유럽 여자프로골프투어 홈페이지]

16일 밤9시40분(한국시간) 영국 중서부 해안의 로열 리버풀GC(파72). 악천후로 파행된 브리티시여자오픈 3라운드가 끝나자마자 선수들은 숨돌릴 틈도 없이 4라운드에 임했다. ‘예정대로 일요일에 대회를 마친다’는 주최측의 의지에 따른 것이었다.

2라운드에서 5타차 선두였던 신지애(24· 미래에셋)는 앞서 열린 3라운드에서 캐리 웹(37· 호주)에게 3타차 접근을 허용했다. 웹은 이 대회에서 세 차례 우승한 것을 포함해 미국LPGA투어 통산 38승을 거둔 ‘베테랑’이다. 이 대회 특유의 ‘날씨 변수’에다가 웹이 턱밑까지 추격해오니 신지애로서는 ‘프레셔’를 받을만 했다.

설상가상으로 신지애는 첫 홀(파4)에서 트리플 보기를 하고 말았다. 드라이버샷이 페어웨이 오른편으로 갔다. 그린까지 200야드가량 남아 만회하려고 친 스푼샷이 힘이 들어갔던지, 30야드 전진하는데 그쳤다. 7번아이언으로 그린을 노렸으나 20야드나 못미쳤다. 60도 웨지로 친 네 번째 샷은 홀에서 6m나 떨어졌고, 그 곳에서 3퍼트를 한 것.

신지애는 그러나 강심장이었다. 더욱 그보다 앞서 플레이하던 웹이 그 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해 간격이 좁혀지지 않았다. 웹이 더블보기 후 2, 3, 6번홀에서 잇따라 보기를 하며 무너진 것과는 달리 신지애는 마음을 다잡고 6, 7번홀 버디로 만회했다. 8번홀에서 보기를 했으나 2위와는 6타차로 승부의 추는 신지애쪽으로 기울었다. 신지애는 후반들어 버디 3개를 추가하고 보기 2개를 범했으나 17번홀을 마칠 즈음 10타차로 간격을 벌리고 우승 세리머니를 준비했다.

미LPGA투어 ‘非 멤버’였던 2008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신지애는 4년만에 우승감격을 맛봤다. 신지애가 들어올린 우승컵에는 숱한 기록과 역사가 담겨 의미를 배가시켰다.

한국골퍼가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2승을 한 것은 신지애가 처음이다. 박세리(KDB산은금융그룹)는 이 대회가 메이저로 편입된 2001년에, 장 정(볼빅)은 2005년에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신지애는 2위 박인비(24)를 9타차로 따돌렸다. 이 대회가 메이저로 편입된 후 2위와 최다타수차 우승이다. 신지애는 브리티시여자오픈과 그 직전대회에서 연달아 우승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신지애는 올시즌 유선영(정관장· 나비스코챔피언십) 최나연(SK텔레콤· US여자오픈)에 이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세 번째 한국선수다. 한국선수가 한 시즌에 ‘메이저 3승’을 올린 것은 처음이다. 종전 기록은 2승(1998년 박세리, 2005년 김주연-장 정, 2008년 박인비-신지애)이었다.

신지애가 2라운드에서 기록한 8언더파 64타는 그의 ‘메이저대회 18홀 최소타수’다. 이 코스에서 벌어진 공식대회 18홀 최소타이기도 하다. 신지애는 이 대회에서 최종일 첫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하고도 우승한 선수로 기록됐다.

신지애는 자잘한 기록도 세웠다. 144명의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합계 언더파 스코어로 우승했다. 신지애는 “대회 전 매일 1언더파만 치면 우승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의 예상보다 5타나 좋은 스코어를 낸 것.

이 코스에는 83개의 벙커가 자리잡고 있다. 상당수는 사람 키높이로 조성된 ‘항아리 벙커’다. 신지애는 그러나 한 두 차례를 제외하고는 나흘동안 벙커를 잘 피해갔다. 2006년 이 곳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 챔피언 타이거 우즈의 ‘벙커 피하기’ 공략법을 닮았다.

3주 전 미LPGA투어 캐나디언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뉴질랜드 교포 아마추어 고보경(15· 리디아 고)은 합계 9오버파 297타로 공동 17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에는 아마추어 10명이 출전했고 그 중 4명이 커트를 통과했다. 고보경은 ‘베스트 아마추어’로 이름값을 했다. 이 대회에서 3년 연속 우승을 노리던 세계랭킹 1위 청야니(대만)는 공동 26위를 차지했다.

 <신지애가 세운 주요 기록>
     ※이 대회는 2001년 메이저로 편입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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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수 최초 대회 2승
▶메이저 편입 후 2위와 최다타수차 우승
▶최초로 직전대회-이 대회 연속 우승
▶메이저 편입 후 대회 최다승 타이
▶한국선수 첫 시즌 메이저 3승 합작
▶아시아선수 최초 시즌 메이저 석권 합작
▶메이저대회 개인 18홀 최소타 기록
▶미LPGA투어 한국선수 2주연속 우승 타이
▶이 코스 공식대회 최소타 기록
▶대회 2라운드 최소타 타이 기록
▶최종일 첫 홀서 트리플 보기 하고도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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