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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김인혜 큐레이터가 덕수궁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알게됐다는 덕수궁의 전모를 아카이브를 구축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박현주기자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가 한껏 들떴다. 지난 1년간 진행해온 '덕수궁미술관 프로젝트'가 드디어 19일 개막하기 때문.
17일 덕수궁미술관에서 만난 김 큐레이터는 "이번 프로젝트를 완성하기까지 참여작가는 물론 많은 사람들이 적극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아마도 고종황제가 도와준 것같다"는 감회를 밝히기도 했다.
'덕수궁미술관 프로젝트'는 국립현대미술관과 문화재청 덕수궁관리소가 손잡고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문화유산을 현대미술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전시다.
덕수궁의 중화전, 행각, 함녕전, 덕흥전, 석어당, 정관헌등 6개 전각과 후원에 현대미술작가들과 디자이너 무용가 공예가들 12명이 풀어낸 9개의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애국심에 불타서 작업했다"는 서도호작가를 비롯해 정영두 이수경 임항택 김영석 정서영, 최승훈 박선민 류한길 류재하 하지훈 성기완등이 참여, 궁궐 곳곳에 현대미술 작품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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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어당에 설치된 이수경 작가의 '눈물'. 아래 방석은 한복디자이너 김영석의 자품./사진=박현주기자 |
1608년 선조가 승하하였고 광해군 시대에는 인목대비가 약 5년간 유폐되기도 했던 덕수궁의 '석어당'엔 이수경의 '눈물'이 설치됐다.
비운을 상징하는 이곳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거대한'눈물 한방울'은 찬란한 슬픔이 담겼다. 수천개의 LED 조명에 의해 굴절되고 반사되면서 정확히 그 형체를 알아볼수 없다. 슬프지만 지극히 아름답고, 빛나지만 잘 보이지 않는 이 역설적인 조각은 역사적 소용돌이속에서 한 인간으로서 삶을 꾸려갔던 수많은 궁궐속 여인들의 운명을 표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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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어당 2층 내부에서 바라본 중화전./사진=박현주기자 |
중화전은 매일밤 미디어 영상으로 반짝일 예정이다. 작가 류재하는 18일 오후 7시부터 역사의 영욕을 간직한 중화전의 전면에 미디어 영상을 쏘아올린다. 화려한 중화전의 단청과 기와를 가득 덮은 미디어 맵핑을 감상할수 있다.
이밖에 아나운서가 들려주는 궁중소설이 중화전 행각에서 들려오는가 하면, 함녕전을 정갈하게 청소하고 도배한 서도호작가는 마치 고종이 살았던 그 시대의 온기를 되살리고 당대의 모습과 가장 근접한 궁궐의 일상을 찾아 고증한 흔적으로 설치 영상작품으로 담아냈다.
덕수궁미술관에서는 이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완성된 작품, 영상 다큐멘터리 아카이브 50여점이 소개된다.
육중한 무게감을 짊어진채 고요함을 유지하던 덕수궁이 '현대미술을 품고' 존재감을 빛낼 예정이다. 그동안 점심시간 산책하면서,또는 데이트중 겉으로만 슬쩍 보았던 궁궐 내부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
초중고생들은 무료로 볼수 있는 이 프로젝트는 어린이 및 청소년을 위한 전시연계교육도 마련됐다. 덕수궁 곳곳을 다니며 작품을 통해 고궁에 얽힌 우리 민족의 역사를 생생하게 배울수 있는 감상프로그램을 10월중 진행한다.전시는 덕수궁 경내는 12월 2일까지. 미술관은 10월 28일까지. 입장료 성인 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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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태풍산바가 밀려오고 있는 가운데 '덕수궁프로젝트' 기자간담회가 덕수궁 곳곳을 투어하며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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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맞고 있는 덕수궁. |
◆덕수궁=1593년 선조가 임진왜란으로 피신을 갔다가 서울로 돌아와 거처하면서 처음 궁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이후 광해군 시대 ‘경운궁’이라는 이름이 주어졌고, 인목대비가 이 곳에 유폐되기도 했으며, 인조가 즉위한 궁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후 오랫동안 궁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가, 고종이 아관파천 후 1897년 경운궁으로 환어하고 같은 해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황궁’으로 새롭게 거듭났다. 그러나 독립국의 위용을 드높이고 동도서기(東道西器)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고자 했던 고종의 ‘경운궁 프로젝트’는 일제에 의해 강력하게 저지당했다. 고종은 황제의 자리를 강제 양위한 후, 1919년 덕수궁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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