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해저드 논란 잠잠해지나 했더니…당국, 은행 고졸채용 촉각

  • 이번엔 금융권의 '고졸채용 꼼수' 도마 위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금융권의 고졸채용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동안 떠들썩했던 금융권의 모럴해저드 논란이 조금 잠잠해지나 싶더니 채용 문제로 금융회사들이 다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금융권의 고졸채용 실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이번 사안의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17일 정부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상당수 금융회사들이 그동안 고졸채용 실적을 부풀려 금융당국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나자 금융위 측도 금융권에 진정성 있는 채용을 권고하고 나섰다.

금융사들은 1년여 전부터 고졸 사원들을 적극 채용한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상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고졸채용과 거리가 먼 것으로 밝혀졌다.

새누리당 정무위원회 소속 김용태 의원실 등이 지난해 금융권 고졸채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59개 금융사가 2985명의 고졸사원을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중 특성화고 출신 신입사원은 730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2255명 중 상당수는 2년 계약 기간이 끝난 비정규직 사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후 이들을 신규 채용한 것처럼 부풀려 금융당국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얼마 전까지 금융권은 CD금리 담합 의혹, 대출 서류 조작, 대출시 학력 차별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모럴해저드란 비난을 받았다. 은행들은 서둘러 고객들에게 사과하고, 서민금융 강화책을 내놓으면서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그리고 이같은 논란들이 수면 아래로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는데 고졸채용과 관련한 또 다른 악재가 터진 것이다. 이에 따라 추경호 금융위 부위원장이 금융권에 진정성 있는 채용을 당부하기에 이르렀다.

추 부위원장은 최근 5개 금융협회, 4개 국책금융기관 및 시중·지방은행의 간사은행과 간담회를 갖고 고졸사원 채용 후 2년 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것을 당부했다. 추 부위원장은 또 "고졸채용의 기본적인 취지는 고교졸업자에게 신규일자리를 제공하거나, 기존 대졸자 자리에 고졸출신을 채용하자는 것"이라며 "고졸채용의 당초 취지에 맞게 운영해 달라"고 강조했다.

단지 권고하는 차원의 발언이었지만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가 강조한 사항인만큼 금융권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채용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지시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며 "중요한 것은 진정성 여부인데 앞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금융사 경영상 어려움도 적지않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고졸채용 인원 중 경력직원도 상당수 포함된 게 사실이지만 의도적으로 신입직원인 척 보고한 것은 아니다"며 "업무 효율성과 경영 사정 등을 감안했을 때 고졸채용 확대가 쉽지만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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