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준 기자=“TOPCIT 점수가 높으면 우리 회사에 필요한 인재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느냐가 문제죠. 일부 대기업 위주의 자격시험이 되어 대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서울 가산동의 A 소프트웨어 업체 엔지니어 서모씨(남, 31)는 첫 시행을 앞둔 IT역량평가(TOPCIT, Test Of Practical Competency in IT)를 현장에서 얼마나 인정하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회사마다 원하는 직무관련 지식이 다른 상황에서 단순히 TOPCIT의 점수가 높다고 해서 빠른 실전 투입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TOPCIT는 지식경제부에서 IT 전공자나 종사자가 직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데 요구되는 역량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평가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네오위즈·다음·삼성SDS 등 20여개 IT관련 기업과 각 대학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개발한 이 제도는 오는 23일 첫 시험을 앞두고 있다. 신규 인력의 빠른 실전 투입을 위해 만든 제도로 기술영역과 비즈니스 영역으로 나눠 IT역량을 평가한다.
이에 대해 현장의 엔지니어들은 각 기업에서 얼마나 인정할지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씨는 “중소기업이 많은 IT분야의 특성상 최신 기술과 프로그래밍 언어 등 다양한 스킬을 빨리 습득해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러한 요건들을 시험이 얼마나 반영할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방배동의 B IT서비스업체의 엔지니어 김모씨(남, 30)는 “회사 입장에서 봤을 때 이 자격을 취득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얼마나 나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기업 위주의 시험이 돼 대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짐이 될 거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서씨는 “몇몇 대기업 위주의 필수 항목이 되어,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토익을 준비하듯 이 시험도 스펙 쌓기의 일부가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시험 개발에 참여한 20여개 기업 중 네오위즈·더존IT그룹·SK C&C·한글과 컴퓨터 등 4개 기업은 채용 시 가산점 부여 등 입사 특전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나승식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정책과장은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능력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므로 이 시험은 중소기업에 적합하다”며 “IT분야에 한정된 것이므로 토익처럼 스펙 쌓기가 될 우려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나 과장은 “제도 준비에 중소기업도 상당부분 참여했고, 향후 의견을 수렴해 계속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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