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의 샷' 2주 연속 세계 골프계를 홀리다

  • 신지애, 악천후·피로·단타자·부상 '4苦' 딛고 '메이저 퀸'으로 우뚝

대회 4라운드에서 갤러리들에게 답례하고 있는 신지애.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 홈페이지]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정말 힘든 대회에서 우승했으니 마음껏 축하파티를 하겠다."

세계 여자골프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에서 대미를 장식한 신지애(24·미래에셋)는 17일 오전(한국시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완승'을 거둔 후 이렇게 말했다. 한 치의 꾸밈도 없는, 솔직한 심정일 듯하다.

신지애는 지난주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에서 열린 미국LPGA투어 킹스밀챔피언십에서 연장 아홉 번째 홀 접전 끝에 우승했다. 일몰로 인해 마지막 홀 경기는 예정보다 하루 늦은 월요일 아침에 끝났다. 이미 영국으로 향한 동료들과 달리, 그는 월요일 밤에야 이번 대회 장소인 영국 중서부 호이레이크의 로열 리버풀GC에 도착했다.

닷새동안 '81홀 플레이'에 따른 피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지애는 변덕스런 날씨, 몸을 가누기조차 어려운 강풍, 깊은 러프와 벙커가 기다리고 있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임했다. 첫날 71타로 코스 탐색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둘쨋날 경기가 강풍으로 하루 순연되자 쾌재를 불렀다. 열흘 강행군에 따른 피로를 풀 수 있는 기회를 맞았기 때문. 하루 푹 잔 그는 토요일에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신기의 샷'을 선보였다. 온갖 악조건에서도 이글 1개와 버디 6개로 8타를 줄인 것. 그날 60타대 스코어를 낸 선수가 144명 가운데 6명뿐이었음을 감안하면 보통 스코어가 아니다.

신지애는 2위에 5타 앞선 단독선두로 나서며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일요일에는 3, 4라운드 36홀플레이가 동시에 치러졌다. 신지애로서는 또 한 번 체력과 정신력의 싸움을 해야 할 판이었다. 오전 3라운드에서는 통산 38승의 '베테랑' 캐리 웹(호주)이 3타차로 쫓아왔다. 신지애는 그러나 오후 4라운드에서 첫 홀 트리플 보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침착한 경기운영으로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안았다. 신지애는 "나흘 중 마지막 날 오후 날씨가 최악이었다. 그런데도 36홀을 이븐파로 마무리한 것은 내가 봐도 잘 친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지애의 올해 드라이버샷 평균거리는 242야드(약 221m)로 랭킹 125위다. 이 부문 1위 르블랑에게 40야드, 세계랭킹 1위 청야니에 비해서는 27야드나 짧다. 그런 '단타자'의 핸디캡에도 정확한 샷과 퍼트로 출전선수 가운데 유일한 언더파 스코어로 우승했다. '골프는 거리보다 정확성의 게임'이라는 속설을 보란듯이 증명하며 아시아권 선수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었다.

신지애는 지난 5월 고질적인 부상 부위였던 왼손(목) 수술을 받았다. 그러느라 45일 정도 클럽을 전혀 잡을 수 없었다. 시즌 두 번째,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웨그먼스 LPGA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에 나가지 못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한동안 왼손, 왼팔, 왼어깨 등 골프에서 중요한 '몸의 왼쪽'을 쓰지 못해 파워를 낼 수 없었고, 밸런스를 맞출 수 없었다.

그런 핸디캡을 딛고 신지애는 지난 7월 말 일본투어 '사만타 타바사'에 나가 3위를 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 직후 프랑스로 가 에비앙 마스터스에서는 31위를 했다. 그러고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세계 여자골프계를 쥐락펴락했다.

신지애는 이날 최종라운드 1번홀(파4)에서 '별다른 실수'도 없이 트리플 보기를 했다. 메이저대회 최종일 첫 홀에서의 '하이 스코어'에 대한 부담이 있을 법했지만, 그는 곧 버디로 만회하며 추격자들에게 물을 끼얹었다. 신지애는 "비와 바람이 몰아친 마지막날 경기는 인내심과 집중력 싸움이었다. 나는 한 샷 한 샷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미LPGA투어에서 한국선수로는 박세리 다음인 통산 10승의 '관록'이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그가 10타차 선두로 마지막 홀 티잉 그라운드에 올랐을 때 처음으로 햇살이 비쳤다고 한다. 신지애의 4년 만의 우승을 축하라도 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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